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길이기에 용기를 내서 왔다. 하지만 그 길은 역시 아직 어린 그들이 감당하기에 벅찼다. 저마다 어린 가슴을 부여안고 꾹꾹 참았으나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단원고등학교 2학년생 75명이 사고 후 처음으로 25일 눈물의 등굣길에 올랐다. ‘리멤버 0416’(4월 16일을 기억하라)가 새겨진 노란 팔찌를 손목에 차고 무려 71일 만에 학교로 돌아온 그들에게서는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무표정한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생존학생 대표가 사회에 전하는 호소문을 낭독하면서 울음바다를 이루고 말았다.
“…저희는 나라를 이끄는 모든 어른들이, 왜 우리 친구들이 희생돼야만 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앞으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힐 때라고….”
A4용지 세 장 분량의 호소문을 읽어 내려가던 학생은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모두에게서 잊힐 때’라는 대목에서 더 이상 읽어 내려가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 학부모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프고도 슬픈 등굣길이었다.
생존학생들이 이날 학교 정문에 도착해 교실로 들어가기까지는 불과 40분 남짓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그곳에서는 많은 이야기와 교훈들이 교차됐다. 특히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와 어른들을 향한 준엄한 꾸지람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합숙하고 있던 안산의 중소기업연수원에서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교문 앞에 차례로 도착했다. 교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100m 정도의 언덕길 양편에는 생존학생 학부모와 희생학생 학부모로 나눠 도열해 이들의 등굣길을 지켰다.
그 중 희생학생들의 부모 60여명이 늘어선 오른편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사랑합니다’ ‘얘들아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 등의 글귀가 적힌 작은 팻말을 들고 있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선 사랑하는 자녀들을 잃은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부모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먼저 교문 앞에 마중 나온 선생님들에게 눈인사로 반가움을 표했다. 몇몇 학생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지만 모두들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이어서 곧바로 생존 학생들을 대표한 남학생이 호소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샤워를 하지도, 잠을 자지도 못할 만큼의 공포에 시달리는 등 저희는 아직도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사고 이전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저희를 그저 18세 평범한 소년 소녀로 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애타게 불러도 다신 만날 수 없게 된 친구와 선생님이 있다”며 “어른들이 잊고 힘내라고 하지만 그들을 추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 이런 끔찍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에 이어 희생된 친구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를 하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호소문이 발표되는 동안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닦아내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생존학생 대표의 발표가 중단되자 학부모들이 나서 그를 감싸 안고 토닥여줬다. 나머지 발표는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무리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호소문 발표가 끝나자 학생들은 희생된 친구들의 부모에게 가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내내 누르고 있던 희생학생 부모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학생을 껴안고 통곡하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꺼이꺼이 우는 아버지도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생존학생의 학부모들도 뒤돌아선 채 어깨를 들썩였다.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학부모와 합숙하며 심리치료 등을 받아왔다.
한편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복귀는 학생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아이들의 선택”이라며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없고, 선생님도 계시지 않지만 그 몫까지 해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고 불안하지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는 아이들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또 “길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 달라”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울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삼가 달라”며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부모들이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안산=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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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 눈물의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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