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바라보며 물살 가르는 이 맛… 동해로 몰리는 서퍼들
“오늘은 덤퍼(dumper)야! 안되겠는데!” 영동지방에 폭설주의보가 내린 지난 8일 오전,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숍을 운영하고 있는 고성용(32·서퍼스 대표), 정상희(30·서퍼스 이사)씨는 눈이 펄펄 내리는 와중에도 거리에 나와 파도를 살피고 있었다. 거센 바람 때문에 바다에는 파도가 쉼 없이 몰아치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 모양이 영 마뜩치 않았던 모양인지 쉽사리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적당한 오프쇼어(Offshore,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여야지 큰 사이즈의 글라시(Glossy)한 파도들이 A프레임으로 깔끔하게 깨지죠. 지금은 온쇼어(Onshore,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라서 파도가 금방 부서지네요. 별로 좋은 파도가 아니에요. 오후에 다시 살펴봐야겠는데요.”
◇“물살 가르는 묘미, 이것만한 게 있나요?”= 점심때가 지나서야 이들은 두께 5㎜의 웻 슈트(Wet Suit)를 입고 나타났다. 마침 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뜬 상태라 입수 신고서를 작성한 후 해양경찰에 넘긴 후였다.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해안가의 눈밭에 당도한 이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리쉬(보드 본체와 서퍼의 발목에 연결하는 일종의 생명줄)를 착용하고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물속에 들어가서도 이들은 얼마간 파도를 기다렸다. “큰 놈이다!” 제법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자 고씨는 타고 있던 보드를 잽싸게 해변으로 돌린 후 파도와 함께 스윽 미끄러지면서 한순간에 테이크오프(Take Off, 보드 위에 올라서는 것)를 시도했다. 몸을 일으킨 그는 이윽고 몸을 좌우, 앞뒤로 흔들며 파도의 피크(Peak)와 숄더(Shoulder)를 정신없이 헤집었다. 그럴 때 마다 고씨의 보드 앞부분은 물 위로 솟구쳤다가 파묻히기를 반복하며 물살을 갈랐다. 고씨를 비롯해 이날 서핑을 위해 바다에 뛰어든 대여섯 명의 일행은 입수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물 밖으로 나왔다. 서핑 경력 십수년 차인 고성용씨는 “파도 위에서 그동안 연마한 서핑 기술을 펼칠 때의 희열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아무리 추워도 파도만 좋으면 그만”이라며 싱글벙글했다.
◇한겨울 강원도 쪽 파도가 좋아= 최근 서핑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레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비교적 안전할 뿐만 아니라 보드와 수영복 혹은 잠수용 슈트만 있으면 사계절 내내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고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대양으로부터 오는 파도를 막고 있기 때문에 좋은 파도를 만나기 어렵다. 국내 서핑 문화가 늦게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좋은 파도가 만들어져 최근 강원도나 부산에는 서핑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양양의 기사문항과 죽도항 인근에는 서퍼스(070-4400-9995), 펀서프(010-9049-8227) 등 10여개의 서핑 관련 숍들이 들어서 있다. 초보자들은 여기서 서핑 강습을 듣거나 필요한 장비를 빌려 쓸 수 있다.
글·사진=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sj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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