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변화와 개혁 그리고 혁신이라야

Է:2014-01-0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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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 칼럼] 변화와 개혁 그리고 혁신이라야

“이미 세간의 요청은 기존의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를 초월하고 있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었던 주된 개념은 변화와 개혁이다. 세계화시대를 향한 발빠른 대응을 주문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말끝마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처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또 한 개념이 더해졌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난 직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제2의 건국을 내세우면서 이른바 혁신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외부의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을 뜻하는데 개혁과 비교하면 소극적이고 개별적이다. 변화와 개혁이 바꾸는 데 초점이 있다면 혁신은 창조에 가깝다. 변화가 나를 바꾸는 것이라면 개혁은 조직을 일신하며 혁신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데 초점이 있다. 그 때문인지 혁신보다 변화와 개혁이 더 자주 화제에 올랐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이 수월한 까닭이다.

문제는 변화·개혁·혁신의 효과다. 그간 나름의 성과를 냈을 터이지만 최근 들어 이들 개념이 더욱 강조되는 것을 보면 성과가 미흡했음을 짐작케 한다. 여기에는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변화와 개혁이 일회적으로 완료될 수 없는 특징이 있음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잠시라도 방관하면 곧바로 뒤처지고 떼밀려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개혁을 말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그 주된 내용으로 공기업 개혁, 창조경제를 통한 혁신경제 추구, 내수 활성화 등을 강조했기에 얼핏 혁신을 거론한 듯 보이지만 우리 사회에 지금 절실한 혁신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창조경제를 앞세워왔음을 감안하면 추구하는 가치도 변화와 개혁보다 혁신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낡은 틀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 혁신의 측면에서는 시대적 요청을 분명하게 접목시키지 못한 탓인지 창조경제는 지금껏 겉돌기만 했다.

우리 시대의 혁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복지국가를 천명하고 법·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 그 단초일 것이다. 이미 세간의 요청은 기존의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를 초월하고 있었다. 압축성장과 그 그늘의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하는 낡은 논쟁에서 벗어나 복지국가 탄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청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과학의 발전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쿤은 패러다임을 어느 한 시기 동안 전문가들을 비롯해 누구나 수용하는 과학적 업적 내지 사고 틀이라고 규정하고 그 틀이 바뀌는 것,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 과학의 발전을 낳는다고 봤다.

패러다임론은 이후 과학계는 물론 인문·사회과학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경영학계에서조차 패러다임론을 적용하면서 쿤은 70년 개정판에서 패러다임론을 철회하기에 이르지만 패러다임 전환은 혁신과 도약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혁신은 공기업 개혁, 수출과 내수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물러 있을 의제가 아니다. 더구나 3개년 계획 등 단계적으로 설정될 문제도 아니다. 강조컨대 공기업 개혁과 경제 균형은 당연히 중요하다.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 우리 사회의 혁신 의제가 있다는 얘기다.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의 요청과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체계는 너무나 열악하기에 이를 구축하자면 성장·분배와 같은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지출 중 사회보장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 아닌가.

우리의 혁신은 사회보장 수준을 언제까지 OECD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포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치밀하게 마련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있다. 박 대통령의 재임 중 진정한 혁신,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고 싶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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