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환율 급락·삼성 실적 우려에… 시퍼렇게 질린 코스피
‘靑馬 증시’ 첫날 급락 왜?
금융권 고위 인사들이 기념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전광판의 코스피지수는 빨간색(상승)이었다. 2일 오전 10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박승복 상장회사협의회장 등이 2014년 한국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출발 벨을 누르자 코스피는 1.77포인트 오른 2013.11로 출발했다. 거래소 장내에는 박수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들이 퇴장하자 코스피지수는 7분 만에 파란색으로 하락 전환했다. 전광판의 색깔은 오후 3시까지 바뀌지 않았다. “첫날 상승률을 보면 그해의 상승률을 알 수 있다”는 증시 속설이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의 머릿속을 스쳤다.
◇“올해도 만만치 않겠다”=이날 증시 개장은 오전 10시로 평소보다 1시간 늦었지만 거래소 직원들은 연중 최대 행사인 개장식을 위해 더 일찍 출근했다. 일부는 신정인 지난 1일에도 일터에 나와 개장을 준비했다. “낙하산 이사장은 주가 조작과 같다”며 100일 가까이 농성 투쟁을 이어가던 거래소 노동조합도 로비의 천막을 거뒀다.
하지만 첫날 코스피의 성적표는 44.15포인트(2.20%) 급락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의 한 임원은 “첫날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사실 실망감이 크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에는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마(靑馬)를 타고 박스권을 돌파하자”던 여의도 금융투자업계도 예상 밖의 급락에 탄식이 이어졌다. 많은 증권사들은 이날 “한국의 수출 개선, 미국의 소비지표 호조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새해 첫 거래일의 상승세를 예견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에 매수 우위’라는 기대감도 형성돼 있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지난해까지 22년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1월 중 순매수를 기록했던 경우는 19차례(86.4%)에 달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오전 중 시무식을 가진 터라 트레이딩 부서가 아닌 이들은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이 크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점심 즈음 모니터 화면을 봤다가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져 다시 눈을 비볐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수출 증가와 내수 활성화로 증시가 박스권을 깰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올해도 만만치는 않겠다”며 한숨지었다.
◇흔들린 대장주=거래소 관계자는 “분기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외국계 보고서가 나온 삼성전자가 이날 지수 향방을 결정했다”며 “매도 상위 창구에는 메릴린치, 다이와,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이날 4.59% 빠지며 130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거래소의 다른 관계자는 “다른 종목도 아니고 삼성전자가 안 도와줬는데 출발이 좋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BNP파리바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2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8조7800억원으로 이전 전망치보다 2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대화면, 시분할 롱텀에볼루션(TD-LTE) 아이폰 출시로 올해 삼성전자의 주력 모델인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의 출하량이 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하락세는 5거래일째 이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해 JP모건의 매도 보고서 한 장에 손을 털던 외국인 투자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날 삼성전자를 담당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휴대전화는 대장주의 투자전략을 묻는 펀드매니저와 영업 직원들의 문의로 쉬지 않고 울려댔다.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는 환율 리스크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48.3원까지 하락했고, 대형 수출주를 비관적으로 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3136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원화는 강세였지만 엔화는 약세를 보이며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돋보이게 했다. 증권가는 “원·엔 재정환율(달러화 대비 가치로 비교한 환율)이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진 데다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가 함께 나타나자 민감해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계적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엔저 공포, 언제까지=엔화의 가파른 약세는 우리 수출기업에 부정적이다. 한국의 수출 주력분야인 전자·반도체·자동차가 대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현대위아(-7.37%), 현대차(-5.07%), 현대모비스(-4.94%) 등 전자·자동차 주요 종목의 낙폭이 컸다.
노무라증권 한국법인 김지성 리서치센터장은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5엔을 돌파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져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JP모건 등 14개 투자은행은 향후 12개월간 엔·달러 환율(평균치)이 109.86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중 8개사는 올 연말 110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20엔까지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연말 종가인 1055원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엔저만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60원까지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120엔까지 오른다면 원·엔 환율은 900원대도 우습게 무너진다.
이경원 천지우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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