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별한 성탄절 맞은 청소년쉼터 소녀 순복이… “힘들어도 이젠 희망을 연주할래요”
최순복(18)양의 가녀린 손가락이 바삐 움직일 때마다 피아노 선율이 부드럽게 울려 펴졌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가산동 금천청소년쉼터 2층 연습실. 최양은 진지한 얼굴로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리버 플로우즈 인 유(River Flows in You)’를 연주했다. 9월 쉼터를 방문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최양의 연주를 듣고 감탄했던 곡이다. 그런데 연주를 끝낸 최양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내일 쉼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친구들에게 들려줄 건데 아직 부족하다”며 다시 연습에 돌입했다.
최양에게 올 크리스마스는 특별하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 ‘희망’을 선물 받은 성탄절이 됐다. 부모님은 최양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이혼했다. 어머니의 지병 때문이었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어린 딸을 위해 기초생활수급비를 뚝 떼어 피아노학원에 보내주던 어머니는 스스로를 돌보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고, 설상가상 최양마저 간질환이 생겼다.
어머니는 결국 최양이 열 살 되던 해 요양시설로 갔다. 홀로 남은 최양은 서울의 친척집을 전전하는 처지가 됐다. 마음대로 집 밖에 나가 놀 수도, 교회에 갈 수도 없었다. 교회에서 피아노 치는 게 유일한 낙이던 최양은 희망을 잃었다. 반항심이 생겼고 학교를 빠졌고 가출도 했다.
결국 열두 살 때 친척집에서 나와 서울과 인천의 청소년 쉼터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외롭고 서러운 나날은 크리스마스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양은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로 크리스마스엔 항상 집이나 쉼터에 혼자 있었다”고 했다. 거리에 나서면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보이는데 혼자만 쓸쓸한 것 같아 ‘차라리 크리스마스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랬던 최양의 일상이 지난 4월 금천청소년쉼터에 온 뒤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그는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한 자원봉사자로부터 1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 무서운 속도로 실력이 늘었다. 매일 피아노 앞에서 살다시피 했고 항상 어두웠던 얼굴에도 조금씩 웃음이 감돌았다.
조금씩 싹 트던 희망은 현실이 됐다.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최양은 8월 고등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특히 그녀를 눈여겨본 이화여대 최경희 사범대학장의 도움으로 체계적인 음악 수업까지 받게 됐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무료로 지원하는 음악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이화여대 KB 음악대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 학장이 추천한 것이다. 최양은 내년 6월까지 음대 교수와 대학원생들로부터 전문적인 레슨을 받는다.
최 학장은 “힘들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최양에게 감동을 받았다”며 “물심양면으로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습을 거듭하는 건 친구들과 고마운 분들에게 멋진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최양은 “생애 처음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며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돼서 내가 받은 만큼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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