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 작가 최인호 유고집 ‘눈물’ 발간

Է:2013-12-2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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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 작가 최인호 유고집 ‘눈물’ 발간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지난 9월 별세한 작가 최인호(1945∼2013)의 책 더미 사이에서 발견된 원고지 200장 분량의 유고가 ‘눈물’(여백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였다. 2005년 설암(舌癌) 진단을 받고 스스로 ‘고통의 축제’라고 명명했던 기나긴 투병의 시간. 그때 자신의 방에 덩그러니 놓인 탁상 위에 눈물을 흘렸던 최인호는 유고에 이렇게 썼다.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 눈물로 탁상의 옻칠을 지울 만큼 저의 기도가 절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탐스러운 포도송이 모양으로 흘러내린 탁상 겉면의 눈물 자국도 제게는 너무나 과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알코올 솜으로 닦으면 영영 눈물 자국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알코올이 증발해 버리자 이내 눈물 자국이 다시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최인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숨쉬고자 했다. 육신의 아픔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게 결심한 그의 열정을 파괴할 수 없었다.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서 그는 자신의 고통과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깊은 밤 홀로 깨어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를, 어쩌면 자신이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는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님의 발을 제 눈물로 적시고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드릴 수 있다면…. 주님을 생각할 때마다 내 눈에서도 홍수와 같은 눈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주여 나를 게파(바위)로 만들어 주소서. 성모님과 십자고상이 있는 탁상 앞에 앉아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주님 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주님 저는 이 순간만은 진실합니다.”

투병 생활 가운데 어느 날, 그는 이미 출간된 자신의 책들을 다시 읽으며 깊은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 쓴 책들이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저는 주님에게만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진실로 인정받고 칭찬받고 잊히지 않고 싶은 분은 오직 단 한 사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그러하오니 주님. 만년필을 잡은 제 손 위에 거짓이 없게 하소서. 제 손에 성령의 입김을 부디 내리소서.”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 이렇게 적었다. “2013년 9월 15일 최인호 베드로는 다시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9월 23일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마지막 병자 성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최 베드로는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9월 23일 오후 딸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아니…’ 그 다음 날 다시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아니…’ 다음 날, 9월 25일 같은 시간에 다혜가 물었습니다. ‘아빠, 주님 오셨어?’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 2013년 9월 25일 오후 7시2분, 최인호는 주님을 영접한 채 선종했다. 유고는 부인 황정숙씨가 고인의 서재를 정리하던 중 발견했고 평소 친동생처럼 아끼던 여백출판사 김성봉 대표에게 전달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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