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편향성 논란 휩싸인 월간 ‘현대문학’

Է:2013-12-1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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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향성 논란 휩싸인 월간 ‘현대문학’

원로작가 이제하(76·사진)씨가 월간 ‘현대문학’(주간 양숙진)으로부터 정치적 이유로 연재 거부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씨는 현대문학 2014년 1월호부터 한국으로 귀화한 선교사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일어나라, 삼손’을 연재할 예정으로, 최근 1회분 원고를 넘겼으나 현대문학으로부터 연재 거부를 통보받았다.

이씨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달 전 현대문학으로부터 에세이 연재를 청탁받았다”며 “이후 편집장이 나를 찾아 왔기에 연재소설로 바꾸자고 제안, 승낙을 받고 원고지 100여장 분량의 소설을 써 넘겼는데 사흘 만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쪽에서 내게 통보하기는 ‘미래지향적인 소설이어야 한다는 것, 현대소설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밝고 명랑한 소설을 바라는데 그게 아니어서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쪽에서 말하는 현대소설이 뭔지, 미래지향적인 소설이 뭔지, 개념이 모호해서 페이스북에 나름 해명을 했다”면서 “내가 생각하기론 1회분에 은퇴한 가수와 귀화한 선교사가 등장하는데 그 가수가 첫 데뷔한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자니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었고 이후 4∼5년 동안 은둔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자니 박정희 유신체제라는 단어를 쓰게 됐는데 아마도 이걸 문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홍익대 조각과에 적을 두고 있던 1958년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설야’ ‘바다’ 등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으니 현대문학은 그의 문학적 모체이다.

현대문학은 지난 9월호에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을 몽테뉴 수준의 작품이라고 찬양한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의 글 ‘바른 것이 지혜이다’를 게재해 문단으로부터 정치적 편파와 객관성 결여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씨는 “박 대통령 수필 게재 여파로 착종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짐작은 갔지만 결국 정권에 잘 보여 뒤탈이 없게 하려다 보니 생기는 일이 아니겠느냐”면서 “순리적인 것이 아니면 문학이 되지 않는 것이며 혼의 자유라는 테제가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문학도, 문예지도 한낱 남루한 패션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1974년 ‘현대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는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 운동이 가열되던 때이다. 그는 “현대문학 주간을 맡고 있던 평론가 조연현씨가 이사장 후보에 출마, 작가 회원들을 다방으로 불러내 사과 봉지를 건네주며 한 표를 부탁하는 등 문단 혼탁이 가열되는 상황이어서 수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현대문학은 유신 당시에도 소설가 박양호의 ‘미친 새’를 게재했다가 박양호는 물론 당시 편집장이자 소설가인 김국태씨가 중앙정보부에 구금된 적이 있는데, 이런 전통 있는 잡지가 이제하 같은 원로문인의 작품을 거절해 불명예를 안긴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수필 게재 여파 이후 현대문학의 청탁을 거절해 온 젊은 문인들은 이제하 소설 연재 거부와 관련, 성명서를 내는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예지인 현대문학은 1955년 주간 조연현, 편집장 오영수 체제로 창간된 이래 순수문학 진영을 대표하는 잡지로 자리매김했으나 1988년 대한교과서가 인수한 뒤 사주 일가인 양숙진씨가 주간을 맡아왔다. 양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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