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추모식… 오바마·카스트로 ‘짧은 악수 큰 파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악수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대통령의 악수는 1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FNB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추모식에서 짧은 순간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헌사를 하려고 연단에 오르는 과정에서 맨 앞줄에 서 있던 카스트로 대통령과 손을 잡으며 몇 마디를 던진 뒤 바로 옆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게로 옮겨갔다. 단 몇 초간 이뤄진 악수와 대화였지만 미국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간단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등 보수파를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공화당의 쿠바계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카스트로 대통령과 악수하려고 했다면 만델라의 정신이 쿠바에서 부정되고 있는 이유를 물어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 최고 지도자와 악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유엔 회의장에서 피델 카스트로의 손을 잡은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악수를 두고 미국의 쿠바 정책이 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8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미국의 대쿠바 정책을 바꿔야 할 때”라고 한 발언과 ‘악수’를 연결시킨 것이다. 공화당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플로리다) 의원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미국의 대쿠바 정책이 바뀐 거냐고 따졌다. 케리 장관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넘어갔다.

보수 진영은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색깔 논쟁을 촉발시키며 자중지란이다. 공화당 지도부 인사들이 만델라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가 당내 일부 강경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것. 강경 보수층에서 지지도가 높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만델라의 타계 소식에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성명을 냈다가 골수 지지자 사이에서 ‘배신자’로 전락했다. 같은 당의 애런 쇼크(일리노이주)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만델라를 “우리 시대의 조지 워싱턴(초대 미국 대통령)”이라고 썼다가 “그(만델라)는 공산당이었다. 그런데 악마가 아니라 조지 워싱턴이라고?”라는 리트윗을 받았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식 자리에서 ‘셀카’(자가 촬영 사진)도 찍어 구설에 올랐다. AFP의 사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는 추모식장에 마련된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 활짝 웃으며 셀카를 촬영했다. 이 사진이 주요 보도매체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속하게 퍼지면서 적절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만델라에 대한 조문이 11일 시신이 안치된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정부 청사 유니언빌딩에서 시작됐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부인 그라사 마셸 여사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오전 11시30분쯤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 함께 조문을 했다. 이날 조문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오후 들어서는 남아공 정부가 더 이상 줄을 서지 말고 12일 다시 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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