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부채감축 실패땐 책임 묻겠다지만… 낙하산 인사 개선책엔 입닫아

정부는 공공기관 스스로 부채를 줄이지 못할 경우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낙하산 인사 등 후진적인 인사 관행에 대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모든 책임을 공공기관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11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핵심은 ‘공공기관 스스로가 부채를 책임지고 감축하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결정권이 제약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는 1997년 1조75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3조7800억원으로 무려 687.4% 증가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09년 시작된 경인 아라뱃길 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명박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셈이다. 임대주택, 혁신도시, 정부 세종시 이전 등의 정부 정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빚을 불렸다.

물가안정을 강조하며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로 쌓였다.

공공기관으로서는 스스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정책을 결정한 정부부처는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은 이번 대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공공기관장 자리도 전문성을 가진 인사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보은 인사’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낙하산 기관장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공공기관의 부채를 늘리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학송(61) 전 의원이 이날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했고 지난 5일엔 현명관(72) 전 삼성물산 회장이 마사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성회(57)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된 상태다. 모두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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