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투쟁성 강화로 대권 도전할 수 있을까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권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대선 패배 1주년을 앞둔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2012년 대선의 꿈이 2017년으로 미뤄졌다. 내가 대권후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동안 뜸했던 언론과도 접촉하고, 일반 시민들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대권을 향한 공개적인 행보의 시작을 선언한 셈이다.

그 첫걸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었다. 그는 1일 조만간 출간될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저서에 “박 대통령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권력의 폭주’ ‘절망적인 퇴행’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뒤담아 들어야 할 대목도 있지만, 18대 대선에서 패한 직후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고개를 숙인 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바랐던 1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선이 4년여 남은 시점에 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것은 대선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지난 대선의 패배원인과 관련해 “한마디로 실력과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것이고, 거기에 국정원의 대선공작 등 관권개입이 더해졌을 뿐”이라고 언급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올바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를 맹공하는 방식으로 대권에 다가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친노의 강한 투쟁성은 노무현정부를 어렵게 만들고, 이명박정부를 비교적 손쉽게 출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1년 가까이 국회를 들었다 놨다하는 민주당의 다수도 친노계이다. 그럼에도 친노계의 좌장인 문 의원이 현 정부와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 건 무모해 보인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친노=갈등·대립’이라는 이미지부터 씻어내는 게 급선무 아닐까 싶다.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이때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시사함으로써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야권 대권경쟁을 촉발시킨 점도 이해가 안 된다. 문 의원도 대치정국의 책임이 없지 않은 만큼 정국 돌파구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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