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복?… 中, 겨울 스모그 공포감 확산

궈칭제(國慶節·건국기념일) 연휴가 끝나기 이틀 전인 지난 5일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스모그로 인해 가시거리가 500m에도 못 미쳤다.

자금성(紫禁城) 북쪽 징산(景山)공원에서 자금성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 언론은 베이징 외곽 화빈(華彬)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레인우드 클래식에 참가한 선수들이 코와 입을 마스크로 가린 채 퍼팅 연습을 하는 사진을 내보냈다.

이날 베이징 시내에 있는 공기 오염도 관측 지점 35곳 가운데 28곳의 공기질이 최악 단계인 6급을 기록했다. 나머지 7곳은 5급이었다. 6급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 PM2.5 농도가 ㎥당 300마이크로그램(㎍)을 넘는 수준이다.

일부 관측 지점에서는 이날 PM2.5 농도가 ㎥당 400㎍을 훨씬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PM2.5 기준치 25㎍/㎥를 16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심각한 가을 스모그, 그렇다면 겨울은?=중국 보건 당국은 6급의 경우 어린이와 노인, 환자는 당연히 실내에 머무르고 최대한 체력 소모를 피하도록 권고한다. 일반인도 옥외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6급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운동시 지구력이 떨어지며 뚜렷한 질병 증상이 나타나는 위험 수준이다.

최악의 스모그는 6일에도 이어져 이날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 쓰촨(四川)성 일대에서는 고속도로 통행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베이징∼하얼빈, 베이징∼상하이, 베이징∼톈진 등 상당수 노선에서 심각한 교통 정체를 빚었다.

베이징에서는 9월 한 달 동안 스모그가 나타난 날이 15일이나 됐다. 지난해 9월에는 베이징에 스모그가 나타난 날이 3일에 불과했다. 이처럼 ‘가을 스모그’가 두드러지면서 올겨울에는 작년보다 더욱 혹독한 스모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본격적인 스모그는 난방을 위한 석탄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집중된다.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전국 74개 도시를 대상으로 지난 상반기 중 PM2.5 평균 농도를 측정한 결과 단 4곳만 목표치를 충족시켰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도시주민 가운데 77%는 호흡기 계통, 43%는 심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러한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베이징, 톈진과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은 전국에서 스모그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드러났다. 베이징은 공기질이 전국에서 가장 나쁜 도시로 나타났다. 베이징의 경우 상반기 동안 PM2.5 평균 농도가 286㎍/㎥로 목표치보다 3.8배나 높았다. 무엇보다도 전국에서 공기가 나쁜 10개 도시 가운데 허베이성에 속한 곳이 무려 7곳이나 됐다.

◇국가 차원 ‘스모그와의 전쟁’ 나섰지만=국무원은 지난달 12일 야심찬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차량 증가 제한, 고급 자동차 연료 공급, 노후 차량 폐기,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석탄연료 사용 축소, 오염 유발 공장 폐쇄, 스모그 예보 시스템 완비 등이 망라돼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주범으로 막대한 석탄 연료 사용, 질 낮은 자동차 연료가 꼽히는 점에 맞춘 조치다. 더욱이 연도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관과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 감찰기관 조사를 거쳐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전국에서 공기 질이 가장 좋은 도시 10곳과 가장 나쁜 도시 10곳을 매달 발표하게 된다.

이 계획은 2017년까지 PM2.5 농도를 베이징·톈진·허베이성에서는 25% 낮추고 상하이를 포함한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에서는 20%, 광저우(廣州) 등 주장(珠江) 삼각주에서는 15% 각각 떨어뜨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용 휘발유와 디젤유를 점차 고급 제품으로 바꾸기로 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자동차용 연료는 황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공기를 오염시키는 정도가 훨씬 심하다. 그러나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는 관련 설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엄청난 비용 때문에 국무원 요구 수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65%로 줄인다는 목표를 위해 난방용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와 석탄가스로 교체하기로 했다. 화력발전소도 천연가스 발전소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의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1조 위안(약 180조원)을 공기 질 개선에 쏟아붓는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PM2.5 농도를 ‘양호’ 수준인 60㎍/㎥로 낮추기로 했다.

여기에는 2017년까지 자동차 수를 600만대 이내로 제한하고, 전기차와 천연가스 자동차를 20만대로 늘리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현행 5부제인 운행 제한을 홀짝제로 강화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노후 차량은 2017년까지 모두 310만대 이상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 베이징에서 2016년까지 폐쇄될 오염 물질을 내뿜는 공장은 1200곳으로 잡혀 있다. 올 연말부터 심한 스모그가 예상될 때는 예보를 내보내는 시스템도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더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석탄 난방 시스템 교체, 오염물질 배출 공장 퇴출, 노후 차량 폐차를 위한 시간표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대중교통 이용 등 국민들의 동참도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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