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안되는 ‘통합진보당 해체’

‘이석기 사태’ 후폭풍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진보당 정당해산을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의 멤버이고, 진보당에 그러한 사람들이 포함됐다면 법무부는 헌재에 정당해산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사무총장은 “진보당이 지금까지 국민의 혈세 100억원을 받았는데 국기를 흔드는 일을 하고 이적단체라면 과감히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만약 이것이 아무 일 없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국정원도 거의 해체 수준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6일 차관 직속으로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사실상 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재에 청구할지를 검토하는 기구다.

그러나 민주당은 신중하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정당해산이 가능하려면 정당의 강령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거나 나아가 정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그것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이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따라서 어느 정도 수사 윤곽이 드러나야 정당해산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 의원 제명안 처리 문제를 놓고도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제명안을) 검토할 수 있는 첫 단계는 적어도 기소 단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지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사법 절차에 의한 유죄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얼마든지 윤리위를 가동해 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이 의원 제명안 처리와 관련해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2011년 윤리특위에서 제명안이 의결됐던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강 전 의원 역시 재판이 끝나기 전에 윤리특위가 제명을 의결했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은 제명안 논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오는 16일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다뤄지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방침이다.

정당해산 논란에 진보당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이상규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진보당 관계자의 가족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일반면회 허용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였다가 내란선동죄 그리고 여적죄 검토까지 나왔다”며 “내란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국정원이 서둘러 혐의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수사가 막 시작됐는데 의원 제명, 정당해산을 강요하는 것은 공안정국 조성에 한 패가 돼 정략적 이익을 보려는 것”이라고 새누리당을 질타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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