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영토분쟁·출구전략… ‘티격태격 G20’ 예고

오는 5∼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문제의 해법과 양적완화 출구전략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나라별로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명목상 안건인 조세회피 대처방안과 글로벌 금융개혁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다.

이번 G20 정상회의 전체를 덮을 만한 화두는 단연 화학무기가 사용된 시리아 내전이다. 군사개입 여부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이틀 사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특별성명을 통해 의회에 군사적 개입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를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리아 군사개입은 논리를 무시한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회담장의 푸틴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상가상 두 나라 정상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양자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중요 기밀을 언론에 공표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때문이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물던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인 뒤 미국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더해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내 인권단체 및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이르는 말) 단체 활동가들과의 면담 일정까지 잡아놓아 러시아 당국을 자극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등 비전통적 성관계를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시리아 문제를 두고 러시아와 행보를 같이해 온 중국은 뜻밖에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정 불간섭’을 고수해 온 중국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서방의 민주화 요구에 대한 명분 확보 및 민중봉기에 대한 경계 등의 이유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점점 커지면서 중동 지역에서 유연한 외교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만큼 강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은 미국의 출구전략 축소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회의록에서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난 뒤 제조업이 취약한 신흥국들의 금융경제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역사 논쟁 및 영토분쟁도 관심거리다.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내각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의 행위로 일본과 한·중의 갈등이 심화된 상태다. 센카쿠와 독도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이밖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능 유출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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