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전쟁 준비하자… 선두에 서서 승리의 국면 만들어 가자”

국가정보원이 29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장기간 내사를 통해 충분한 입증 자료를 축적했다는 판단에서다. 국정원은 지난 5월 서울 마포의 한 종교시설에서 이 의원이 주재한 비밀회합의 녹취록을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물질·기술적 준비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미국놈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그야말로 조선민족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며 “전국적 범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최종 결전의 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우리가 동지 부대를 이뤄 그야말로 미국놈들하고 붙은 대민족사의 결전기에서 우리 동지 부대가 선두에서 저놈들의 모략책동을 분쇄하자”는 발언도 했다. 또 “현실은 힘과 힘의 싸움이다. 지배세력이 60여년 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예상하든 예상치 않든 북에 대한 도발이 분명하다면 우리의 힘과 의지를 단단히 준비해서 적의 도발을 선두에 서서 승리의 국면으로 만들어 가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야말로 끝장을 내보자”며 “지금 마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정세 국면이 끝날 것이라고 착각하거나 그러지 말라. 이건 이미 전쟁으로 가고 있고, 새 형태의 전쟁임을 말씀드린다”는 말로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어진 권역별 토론에선 더욱 격한 발언들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위장을 하자. 우리가 전시에 차단해야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타격을 주자. 통신을 얘기한 거고. 그 다음에 이제 유류고…”라고 주장했다.

논의에 참석한 다른 인사는 “우리 지역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군사적으로 움직여야 되는 것”이라며 “군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 체계와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하고… 어떤 시설에 대한 타격이나 이런 문제도 그게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이씨는 “그러면 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며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장난감 총은 80만원짜리에서 90만원짜리… ‘가스 쇼바’가 있는데 개조가 가능하며…”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중학생들도 인터넷에 들어가서 폭탄을 만들어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적인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전시상황이라든지 중요한 시기에는 우리가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되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그 시설이 실제로 경비가 엄하진 않았는데 쉽게 우리가 뭔가를 갖다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걸로 알고 있고, 그렇다면 그 안에 들어가서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에서 전쟁이 벌어지거나 상황이 된다고 하면 목숨을 걸고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며 “목숨을 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기술적이고 과학적이고 거기에 맞는 물질적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논의가 끝난 뒤에는 권역별 토론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고 한다. 발표 내용은 주로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전기·통신 분야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까지 포함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 “어떻게 총을 만들 거냐? 항일의 시기에도,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시기에도 만들어 썼는데 손재주가 있고 결의가 있으면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첨단기술이나 해킹 기술로 레이더기지 등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런 것도 뜬구름이었다”는 식의 회의적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은 녹취록 내용을 토대로 일부 진보당 인사들의 내란음모 혐의가 짙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녹취록만으론 이들이 이후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우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고, 과연 실행력이 있었는지 불투명해 내란음모 혐의가 기소 단계까지 유지되고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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