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대기업 회장단 오찬] “회장님들 사업계획 갖고 계실텐데… 밀어 드리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국내 10대 대기업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가 위축된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기업인 여러분은 국정의 동반자다. 정부를 믿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며 친(親)기업 발언을 쏟아냈다.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 독려했고, 경제민주화는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해서 ‘대기업 때리기’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많은 의견을 청취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나름 준비한 ‘선물’로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수위를 낮추거나 시행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 완화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 향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했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지난 25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상법 개정안은 주주총회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이사·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파생됐다. 이에 재계는 경영권 훼손이라며 집단으로 반발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후반기 국정운영 최우선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주축인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경우 대통령의 구상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표적인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자체에 대해서도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많은 고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다만 “기업의 투명성과 경쟁력은 같이 가야 할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제민주화의 본래 취지 중 하나인 기업 투명성 제고는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요청하면서는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섰다. 그는 “회장님들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용기 있게 투자하시는 분들”이라며 “투자를 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해드리고 필요 없는 규제는 완화해드려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손에 잡히는 경제활성화”라고 강조했다. 또 “사업 계획을 갖고 계실 텐데 정부는 그걸 밀어드려야 된다. 기업마다 갖고 있는 규제나 어려움을 하나하나 맞춤형으로 의논해 지원하는 게 확실한 경제활성화 방안”이라며 기업별 맞춤형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일자리 창출이 “우리 국민 모두가 가장 바라는 바”라고 표현하면서 “새 정부의 하반기 모든 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사실 그 일은 기업이 하는 것이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창조경제 구현을 강조하면서는 창조경제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해 아이디어를 모은 뒤 대기업의 도움으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신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있지만 사업자금 설명회를 가질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고 또 제도권 밖에 있는 분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드리고자 창조경제 사이트를 구축해서 그분들의 창조성을 모두 보고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멘토 역할을 해 벤처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밀레니엄돔이 어린아이의 그림에서 착안해 건축된 사례를 언급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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