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의 여행] 칼 마르크스 ‘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

칼 마르크스(1818∼1883)는 독일의 경제학자·철학자·정치이론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활동 출발점은 저널리스트였다. 1841년 독일 예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학계에 자리를 잡으려다 실패한 그는 1842년 드레스덴의 신문 ‘도이체 유르뷰허’에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검열 조치에 항의하는 내용의 기사를 기고한다. 비록 검열관의 반대로 신문에 실리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 편집자 찰스 A. 다나에게서 영국 런던 특파원을 제의받고 1852년부터 1862년까지 11년 동안 350건의 기사를 송고한다. 이 가운데 37건의 기사를 발췌해 수록한 ‘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부글북스·사진)는 비록 현장성은 떨어지지만 탁월한 분석력을 갖춘 마르크스의 저널리즘 문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조국 독일은 물론이고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도 추방당해 겨우 영국에서 시민권도 없이 지내던 그가 고위 관리들을 정보원으로 두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브리티시 뮤지엄’ 열람실에 앉아 외국 신문과 자료를 바탕으로 중요 사건에 대한 냉정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분석의 메스를 가하고 있다.

그가 쓴 미국 남북전쟁에 관한 기사를 보자. “런던의 매체들이 남부동맹을 은근히 응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노예제도의 공포에 치를 떠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이상하게 비치고 있다. 남부동맹에 호의적인 매체들의 가장 큰 불만은 현재의 미국전쟁이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26쪽)

우리에게 남북전쟁은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도 폐지를 내세우며 치른 전쟁으로 각인돼 있으나 마르크스의 기사를 보면 노예해방은 그 전쟁의 결과였을 뿐, 그 목적은 연방의 존속인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세계를 이끌던 최고 강대국으로 노예무역 폐지에 앞장섰던 영국이 남북전쟁 때 노예제도를 폐지했던 북부를 지원하지 않고 노예제도 확대를 외치던 남부에 우호적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진짜 목표는 미국 연방의 해체였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분석이다. 정명진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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