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교, 日 외무에 “역사는 혼”…새정부 출범 후 첫 만남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우여곡절 끝에 1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성사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시종 무겁고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했던 점을 상기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윤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거듭 촉구했다.

윤 장관은 “역사 문제는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것으로 (잘못하면) 한 개인, 한 민족의 영혼이 다치게 된다”며 “‘역사는 혼’이라는 어느 역사학자의 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역사학자 백암 박은식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인사들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장관은 또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시급한 해결을 필요로 하는 과거사 해결을 위해 일본이 적극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은 “과거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에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기존 인식은 아베 신조 내각도 동일하다”며 “역대 내각의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인식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갖고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번 한·일 장관회담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이후 처음이자 새 정부 출범 뒤 처음 열렸다. 그러나 양자 회담이 이뤄졌다고 곧바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다자회의 기간에 양자회담을 갖는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회담시간 역시 25분에 불과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단 수긍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희망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바람을 언급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많은 장관회담이 있었는데, 최근 일본의 외교 수장이 이 정도 대응해 준 것은 우리도 평가를 한다”며 “일본이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남북 외교장관 간 별도 회담은 끝내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편하면 부담이 없지만 긴장관계에 있을 때는 반드시 만나야 하느냐에 대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윤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이날 밤 열린 만찬행사 직전에 대기실에서 조우했지만 아무 말 없이 악수만 나눴다.

북한은 2일 ARF 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 또는 구두발언을 통해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ARF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회원국 총의를 보아 의장성명을 채택한다. 의장성명에는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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