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평가·전문성이 공공기관장 인사 기준돼야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의 111개 공공기관과 100개 기관장, 58개 기관의 상임감사 경영평가는 느슨하게 이뤄졌다고 본다. 이번 평가결과로 해임권고를 받은 기관장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석탄공사 사장과 최근 파장을 일으킨 원전 부품 시험성적 조작사건의 책임자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 두 명에 그쳤다. 기관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2011년 1곳에서 지난해 7곳으로 크게 늘었지만 바로 윗등급을 포함한 전체 경영실적 부진기관 비율은 약간 늘었을 뿐이다.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감시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에서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이뤄지지만 실제 해임권고를 받은 기관장은 1∼2명에 그쳐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실이 국가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안이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4000억원에 달하고, 30개 공기업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다. 민간기업 기준대로라면 벌써 퇴출됐을 곳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경영평가가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공공기관 부실은 더 늘어나게 되고, 결국 부담은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공공기관 평가가 더 엄정한 잣대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경영평가 제도가 평가를 위한 평가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공공기관들이 1년 내내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해 보고서 작성에만 열을 올리고, 공공기관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힘센 전직 관료를 기관장으로 모시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공공기관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경영평가 결과는 평가로만 그쳐선 안 된다. 전문성과 함께 공공기관장 인사의 최우선 잣대가 돼야 한다. 최근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관치·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이를 잠정 중단시키고 예비후보를 폭넓게 구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은 정부가 국책사업을 떠넘기거나 공공요금 인상을 억누른 요인도 있지만 정권마다 되풀이돼온 낙하산 인사 관행도 원인이다.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논공행상에 따라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를 나눠 갖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공기관 개혁은커녕 부실만 늘렸다.

민간 기업 출신이 임명됐다가도 정부와의 마찰이나 직원들의 개혁 반발 움직임에 부딪혀 좌절하는 일도 잦았다. 개혁 전도사로 불렸던 LG전자 출신의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2011년 임기만료를 앞두고 돌연 사퇴하거나 전기요금 추가인상을 고집하다 정부와의 마찰 때문에 1년여 만에 물러난 현대건설 출신 김중겸 전 한전 사장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들을 폭넓게 중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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