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붐 타고 한국학이 뜬다

Է:2013-06-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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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가수 싸이의 강연은 당초 150명을 수용하는 사이오디토리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4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바람에 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모리얼교회(memorial church)로 장소가 변경됐다.

이번 초청강연을 기획한 김선주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은 “가수 싸이에 대한 대중적 인기도 한몫했겠지만 미국 사회에 한국문화, 한국에 대한 큰 수요가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미국 TV 등에서 케이팝(K팝), 한국음식, 삼성·현대기아차,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한국 관련 뉴스가 늘어나면서 미국 주류사회에 ‘한국이 왜 이렇게 뜨는 거지’ 하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궁금증은 미국 대학의 한국 관련 강의 개설과 학생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하버드대학 학부에 개설된 한국문학·영화 관련 강좌에는 지원자가 몰려 정원을 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학 박사과정을 밟는 이도 40여명에 이르러 10여 년 전에 비해 2∼3배 늘었다.

미국 대학생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이들 젊은이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향후 국가이익에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광철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이사장 유현석) 워싱턴 사무소장은 “한국 관련 강의를 대학시절 듣고 졸업한 학생은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시대에 이러한 지한파(知韓派)가 늘어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국가 자산”이라고 말했다.

교육·학문을 통한 특정국에 대한 관심과 이에 따른 국가이미지 제고는 민간 기업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과거에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드러내려 하지 않던 일부 기업들이 최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자 적극적으로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마케팅과 홍보에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독도 등 한·일 간 영토 분쟁은 특히 정치·외교사안에서 지한파를 확충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한국학이 ‘강남스타일’ 등 한류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적 유행에 그칠 수도 있는 대중문화가 한국 문화의 주요한 부분으로 오인될 수 있고, 오히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칠레 가톨릭대 아시아학센터 민원정 교수는 “K팝 등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낯설어 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강남스타일’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각인될 수도 있다”며 “이들을 한국 전통문화와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유행의 수준을 지나 깊어지고 넓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보스턴대(Boston University) ‘언어 및 비교문학과’에서 올해부터 한국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양윤선 교수는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한국 문학·영화 관련 강의를 신청한 학생들이 한국 문학의 독특함과 높은 수준에 크게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문학 수업에서 소설가 염상섭의 ‘만세전’ 번역본을 교재로 읽혔는데, 학생들이 이 작품이 1920년대 당시 서양 주류문학의 최고작들에 비해서도 한 치의 손색이 없다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보스턴대의 경우 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 대다수가 전공으로 일본 문학을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 교수는 올해 한국 문학 강의를 들은 4학년 학생 일부가 일찍 한국문학 전공 교수가 있었더라면 한국 문학을 전공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더라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 종신교수가 된 김선주 소장도 “지난해 2월 한국 미술사를 주제로 워크숍을 했는데 초청하지 않은 연구자들까지 자비(自費)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보통 세미나를 하면 30∼40명 정도 오는데 70명이 왔다.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문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라면서 “한국 문학작품을 읽고 우리 민족의 정서와 심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한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대중문화를 즐기는 수준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한국학에 대한 지원은 단기에 효과를 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긴 안목을 가지고 미래에 투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미국 등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학 분야를 개발하고 중점 지원해 한국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깊이를 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 속에 발전이 있다”면서 “한국사·문학 등 전통적인 한국학 분야뿐 아니라 인류·사회학·정치학 등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게 된 데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재단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외국 유명 대학에 기금을 지원,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하는 방안이 이제 풍성한 열매를 거두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12개국 76개 대학에서 113석이 설치됐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컬럼비아·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LA)·조지타운대 등 48개 대학 71석에 이른다. 최근에는 정치학 사회학 법학 인류학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내 한국학이 큰 발전을 이뤘지만 중국학·일본학에 비해서는 초라한 수준이라는 게 한국학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아시아학회(AAS) 회원 8000여명의 관심분야가 주요한 척도가 될 수 있는데 중국 쪽 3000여명, 일본 1800여명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500여명에 그친다.

하버드대에서 중국과 일본을 연구하는 교수는 각각 70, 40여명에 이르는 데 비해 한국을 연구하는 교수는 4명에 불과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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