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최현수] 영원한 동맹은 없다

냉혹한 국제정치 질서에서 국가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생존과 안전을 도모한다. 하나는 독자적인 군비증강으로 국가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식은 동맹체결과 같은 외부역량을 이용해 대내외적 위협을 관리·통제하는 것이다. 보다 힘이 센 다른 국가와 손잡는 방안이다. 내부적으로 자원이 많지 않고 대외적으로 취약한 약소국일수록 동맹체결을 선호한다.

동맹은 공통의 위협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거나 동맹국들 간에 정치체제가 비슷할 때는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지난 1953년 이후 현재까지 유지돼 오고 있는 한·미동맹이나 미·일동맹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도 한·미동맹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북·중동맹은 1961년 7월 11일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계기로 본격 가동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연원은 더 깊다. 중국과 북한은 항일 투쟁을 함께 했다. 초기 북한 정권수립에 관여했던 김두봉, 무정 등 연안독립동맹 및 조선의용군들은 물론 김일성의 동북한인연군출신들은 중국 땅에서 중국과 함께 대일투쟁을 했다. 1945년 당시 만주국 중국인민해방국 사령관이었던 린뱌오(林彪)는 자신 휘하 야전군부대에 대규모 한인 병사들이 충원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국민당과 공산당이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국공(國共)내전 때 북한은 중국공산당을 적극 지원했다. 중국 동북부에서 활동하던 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공산당 부대에 충원돼 국민당 축출에 기여했다. 일본 사학자 시모토마이 노부오는 저서 ‘북한 정권 탄생의 진실’에서 1950년대 북한 지상군 병력은 13만명 가운데 3분의 1이 국공내전에 참가했던 한인병력이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이런 끈끈한 관계는 6·25전쟁에 대규모 중국인민군 참여로 더 공고해졌다. 당시 인민일보는 “중국 인민이 조선 인민을 지원하는 항미(抗米)전쟁은 도의상의 책임일 뿐 아니라 중국인민의 모든 이해와 절실한 관계를 갖고 있어 자위를 위해 필요하다”며 “이웃을 구하는 것이 곧 스스로를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친서에서 “두 나라 노(老) 세대 혁명가들이 마련하시고 꽃 피운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계승하고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이익이 최우선시되는 국제사회에서 이런 전통이 동맹의 결속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중국에게 북한은 그간 ‘전략적 자산’이었다. 중·소 대립이 심화됐을 때는 북한의 지지가 필요했다. 북한은 또 중국에게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력과의 직접적인 대립이나 충돌을 조절할 수 있는 완충지대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국 등과의 세력경쟁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 역할도 해왔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에서 발언권을 높여왔다. 북한이 국제적인 반대에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해온 데는 이런 든든한 동맹국의 존재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동맹이란 없다. 동맹을 맺은 국가들 간에는 공통 이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 국가간 차별이익이 존재한다. 차별이익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동맹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간 공통의 이익이 존재해왔던 북·중관계에 이제는 차별이익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게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더 이상 한반도를 불안하게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받은 냉대는 중국에게 ‘전략적 자산’이었던 북한이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다. 부담스런 존재는 언젠가는 버려지게 마련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고아처럼 외면당하고 있는 북한이 유일한 후원국마저 잃지 않으려면 이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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