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다 뒤져… 백석 번역 ‘테스’ 재출간

시인 백석(1912∼1996· 사진)이 1940년 조광사에서 번역 출간한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 원작의 ‘테스’가 발굴, 재출간됐다. 고려대 최동호 교수에 의해서다.

백석 번역 ‘테스’(서정시학)를 펴낸 최 교수는 9일 서울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숙원으로 남아있던 백석의 ‘테스’ 번역본을 찾아내 재출간했다”며 “지난해 여름 출간기록만 갖고 우선 국내 고서점을 수소문했으나 달리 성과가 없어 대학 도서관을 샅샅이 훑어나가던 중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에 ‘테스’ 번역본이 소장된 사실을 알아냈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서강대본은 표지가 떨어져 나간 낙장 상태이지만 출판사 조광사, 백석의 이름, 1940년(소화15년) 9월 30일 발행 등이 판권에 확실하게 표기돼 있다. 1940년 전후 만주국 신경(현재 창춘)으로 건너간 백석이 만주국 국무원 측량기사로 일하던 중 틈틈이 ‘테스’를 번역하고 출간을 위해 서울을 다녀갔다는 기록은 있지만 그동안 누구도 번역본을 찾아내지 못했다. 최 교수는 “의외로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사실에 재삼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를 열람하기 위해 서강대 국문과 황화상 교수에게 간곡히 부탁해 ‘테스’ 복사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49년 출간된 러시아 미하일 숄로호프 원작, 백석 번역의 ‘고요한 돈’을 중국 베이징도서관에서 발굴해 펴냈던 그는 “다음 작업은 백석이 번역한 러시아 신학자 엘리야 쿤의 ‘희랍신화’를 출간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석 전집이 10권쯤으로 마무리되면 근대문학 수립기에 이광수에 버금가는 문학적 존재로 재조명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스’ 번역본 해설을 쓴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일본 유학 시절 영문학도로서 토머스 하디에 심취했을 백석의 자의식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백석 번역의 ‘테스’는 짧고 생생한 구어체와 생동감 넘치는 의성어와 의태어, 풍성한 방언으로 인해 그의 시와 마찬가지로 우리말의 보고(寶庫)처럼 느껴진다. ‘돌설렝이길(자갈길)’ ‘홍글홍글 걸어서’ 같은 표현은 기존에 맛볼 수 없는 생생한 우리말의 환기력을 보여준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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