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술독에”… 다국적 맥주회사의 습격

모잠비크에서 농사를 짓는 앰브로시오 토케레게(42)씨는 세계 2위 규모의 다국적 맥주회사인 사브밀러의 마니카 맥주를 매주 6병씩 마셨다. 그런데 최근 카사바 뿌리를 원료로 알코올 도수도 높고 가격도 저렴한 임팔라를 이 회사가 출시하자 12병까지 소비를 늘렸다.

사브밀러와 디아지오 등 미국과 영국의 다국적 주류업체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모잠비크와 탄자니아, 우간다, 짐바브웨, 잠비아, 케냐 등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라는 명분 속에 해당 국가도 이를 묵인해 시장 잠식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다국적 주류 기업은 마지막 남은 거대 맥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저가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저소득층의 소득이 하루 평균 2∼3달러인 점을 감안해 550㎜ 용량의 맥주 한 병에 84센트(약 930원) 정도를 받고 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각국 정부와 세금협정을 맺어 원가를 낮추고 있다. 사브밀러가 저소득층을 겨냥해 출시한 임팔라는 모잠비크에서 소비세가 10%에 불과하다. 다른 맥주가 40%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세율이다. 케냐 역시 30%의 세금을 감면해주다 아예 소비세를 없애버렸다.

이들 주류 기업이 모잠비크 정부 등을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 제조원료인 카사바를 현지 농가에서 구입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또 식품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밀주 대신 안전한 맥주를 소비해 식품안전과 안정적인 세수 확보라는 이익이 있다는 측면도 강조하고 있다.

식음료 전문 시장조사회사인 커내디언에 따르면 2012∼2016년 아프리카의 맥주 소비는 해마다 평균 4.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평균의 배에 달하는 수치로 북미와 서유럽시장이 각각 0.6%, 0.5%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뚜렷이 구분된다.

아프리카인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 역시 세계 평균의 3배로 전체 소비지출 중 주류에 사용하는 비율이 1%에 불과해 추가 성장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다국적 주류업체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사브밀러의 경우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아프리카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사브밀러가 아프리카 전체의 4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 관계자는 “맥주와 알코올이 국민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들 기업이 세금을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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