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음식 취향,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었나… 석영중 교수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프랑스 요리가 고급으로 간주되던 19세기 초, 러시아의 양배추 수프는 낙후성 내지 빈곤함의 기호였다. 하지만 19세기 중엽엔 절제의 미덕을 표출하는 긍정적인 기호품이 됐고,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20세기 초 소비에트 시절엔 생존 자체를 표상했다. 그렇기에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작가의 음식 취향과 시대상황에 관련되면서 문학작품의 해석에 깊숙이 개입한다.

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의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는 푸슈킨에서 솔제니친에 이르는 러시아 거장들이 음식을 어떤 코드와 상징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문학 세계를 풍성하게 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예컨대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탈롱의 레스토랑’이 한 배경이 되는데, 이 식당은 프랑스인 요리사 피에르 탈롱이 1810년에 개업한 곳으로, 푸슈킨은 이곳에서 탈롱의 파이를 즐겨먹었다.

“러시아는 19세기 초에 파리식 레스토랑 문화를 받아들여 ‘예브게니 오네긴’이 쓰일 무렵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미 여러 개의 레스토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레스토랑에 가서 러시아 요리를 시킬 것인가, 외국 요리를 시킬 것인가로 고민한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캐비아는 세계 3대 진미 중의 하나인데도 러시아 음식이므로 탈롱의 레스토랑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50쪽)

석 교수는 “음식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향유의 정도는 작품에 포함된 음식 묘사의 질과 양에 비례한다”며 “요컨대 음식은 텍스트와 전기를 이어주는 여러 연결 고리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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