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영재] ‘전략적 듣기’가 필요한 경남지사

“홍준표 지사는 귀가 없습니까? 왜 도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겁니까?”

홍준표 경남지사의 업무 스타일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도립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출자·출연기관 5곳 통합 등등의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그가 ‘금의환향’을 한 지난해 12월 이후 경남도는 바람 잘 날 없이 어수선한 게 사실이다.

14일 오전에도 폐업 결정에 반발하는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진주의료원은 서부경남도민의 보금자리 같은 곳”이라며 “아무런 대책 없이 문을 닫는 게 말이 되냐”고 호소했다. 이들은 폐업을 강행하는 홍 지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3년 전통의 이 의료원은 가난했던 시절부터 의료소외계층이 찾는 경남의 대표적 공공의료서비스 기관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하면서 설명회 한 번 없이 독단적으로 했다. 경남문화재단과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경남영상위원회 등의 통합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요즘 청사 현관문은 거의 잠겨있다시피 한 상태다. 민원인들은 일일이 신분을 확인을 받은 뒤 청사를 출입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민원 때문에 도청을 찾은 김모(45) 씨는 “도민은 물이고 지사는 배와 같은 존재인데 왜 대립 각을 세우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1조3000억원에 이르는 도의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홍 지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지지받기 어렵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일본의 유명 컨설턴트 사카가와 사키오의 ‘귀를 열어 실속을 챙기고, 입을 열어 발등 찍힌다’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적 듣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홍 지사는 도의 수장으로서 이를 소중한 덕목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창원=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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