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정부 현실화] 그렇게 새 정치 약속하더니… 국민은 없고 끝없는 정쟁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할 방송 업무 영역을 둘러싼 여야 견해차가 커 8일부터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도 험로가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정국 현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며 3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다.

◇네 탓 공방 속 협상은 원점으로=여야는 5일 본회의장에서 서로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불발 책임을 떠넘기며 2월 임시국회를 마쳤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입법권은 국회에 있지만 정부 조직은 정부를 운영할 분의 뜻을 충분히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은 “여당의 방안대로라면 방송사는 장관 한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알아서 길(눈치볼)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여야는 그동안 쟁점을 좁히고 좁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정책의 미래부 이관 여부만을 남겼다. 하지만 이 하나가 모든 것을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의 강경 방침과 여야 감정싸움이 섞이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합의가 안 되면 그동안 (여야가) 합의한 것은 하나도 발효가 안될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4대강 국정조사 등 잠정 합의안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회의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량권을 최대한 허락해야 한다”며 “민주통합당이 내각 구성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SO 부분만 다시 합의하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점에서 다시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SO는 물론 IPTV도 절대 내줘서는 안 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월 국회 돌파구는 있나=여야가 원안을 고수하고, 야당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해결책이 없다.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SO 정책의 미래부 이관을 포기하거나 야당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와 야당이 맞설 경우 여당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집권 여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공정성 확보 방안에 협상의 키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 원내대표도 “방송의 공정성 확보 때문에 SO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되지만 혹시 그럴 소지가 있다면 어떻게 고치자는 방안을 야당이 내놓아야 한다”며 “뭐든지 좋다. 100% 반영할 것”이라고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새누리당에서는 방송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대신 미래부가 법령 제·개정 시 방통위와 사전 협의하는 방안, 방통위에 상시 감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관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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