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으로 딸 살리고 떠난 父情… 일본 홋카이도 눈폭풍, 점퍼로 딸 덮어준채 숨져

지난 2일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유베쓰초에 사는 오카다 미키오(53)씨는 아홉 살 난 초등학교 3학년 딸 나쓰네를 데리러 집에서 5∼6㎞ 떨어진 아동센터로 경트럭을 몰고 나갔다.

마침 이날부터 강한 저기압이 홋카이도 지역을 통과하면서 동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순간 최대풍속 34m에 달하는 거센 눈폭풍이 몰아쳤다. 적설량도 올겨울 최고인 95㎝에 달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오후 3시30분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휘발유도 다 떨어지고 눈보라로 차를 운전할 수 없어 친구 집까지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마침 도로에서 300m가량 떨어진 농가 근처 창고를 발견하고 이동했지만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창고에서 겨우 70m 떨어진 곳에 농가가 있었지만 사방이 보이지 않아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카다씨의 전화를 받은 지인은 경찰과 함께 찾아 나섰고 하루가 지난 3일 오카다씨의 싸늘한 시신을 창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발견 당시 오카다씨는 자신이 입고 있던 얇은 점퍼를 스키복 차림인 딸의 몸에 덮어준 상태로 문에 기댄 채 숨져 있었다. 딸 나쓰네는 다리통증만 호소할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자신의 체온으로 딸을 지키려 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4일 추위로부터 딸을 지키다 동사한 오카다씨의 슬픈 사연을 보도했다. 오카다씨는 재작년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리비와 굴 양식을 하며 딸과 둘이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홋카이도는 이번 눈폭풍으로 3일까지 9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루모이시의 경우 577㎝, 우라카와초가 168㎝ 등 3개월 평균 적설량이 관측 이래 최대를 기록하는 등 ‘눈폭탄’을 맞았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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