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퀘스터 혼란 당분간 불가피

미국 연방정부의 광범위한 예산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가 공식적으로 발동됐지만 정치권이 추가 협상 시점도 잡지 않아 당분간 혼란이 이어지게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시퀘스터 회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화당 지도부와 회동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자 곧장 예산 자동삭감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일부터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7개월간 850억 달러(약 92조원)의 연방 정부의 국방 및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 예산이 자동으로 깎여 경제·사회·안보 분야 전반에 영향을 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침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번 예산 삭감은 현명하지 못한 일로,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며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점만 찾는다면 언제라도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나마 미 국민의 동요가 덜한 것은 전체 삭감액의 절반이 국방 부문이어서 일상생활에 곧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삭감 대상이 되는 가장 큰 항목이 연방정부 사업비용인 ‘재량적 지출’이기 때문에 체감도는 더욱 낮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민감해하는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등은 삭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결국은 타협이 될 것이며, 관건은 그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 모두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바마 대통령은 “해결 능력이 없다. 무능하다”는 따가운 시선을, 공화당은 “정치적 과격성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다 미 국민은 정부 폐쇄(shutdown)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시퀘스터는 2013 회계연도 예산과 관련된 것이다. 2013 회계연도 예산은 이미 지난해 9월 6개월간(2102년 10월 1일부터 2013년 3월 27일)의 잠정예산안만 의결된 상황이어서 연방정부 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27일 이전에 예산안 의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만일 의결이 안 되면 예산 지출 삭감이 아니라 정부가 문을 닫게 된다. 연방정부 폐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17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사태 이후 미 국민은 정부 폐쇄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 주도로 21일간이나 정부가 문을 닫은 일이 있었다. 이때 미국 전역이 큰 혼란을 겪었고 이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깅리치 의장은 이후 정치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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