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에서 제외된 北의 영역을 복원하다… 시인 하종오의 연작 시집 ‘남북주민보고서’·‘세계의 시간’
한반도 분단의 증상에 대해 천착해온 하종오(59) 시인이 남북으로 갈라져 사는 주민들의 일상과 세계인의 눈에 비친 분단 문제를 두 권의 시집에 담아냈다.
시집 ‘남북주민보고서’(도서출판b)는 남한에서 제거된 북한의 영역을, 북한에서 삭제된 남한의 영역을 상상력으로 복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가령 “평양 변두리에서 달을 바라보는 사람을 그라고 나는 믿고/ 서울 변두리에서 달을 쳐다보는 사람을 나라고 그는 믿을 것이다”(‘명상가’)나 “개풍 사는 누군가를 내가 상상하는 아침은/ 강화 사는 나를 누군가도 상상할 아침”(‘먼동’)과 같은 시행들이 빚어내는 힘이 그것이다.
한국전쟁 이전에 개성 사람들이 김포에서 쌀을 사가고, 김포 사람들은 개성에서 인삼을 사가며 교류했던 역사적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 ‘전후 출생’ 역시 분단 체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육이오전쟁 후에 김포에서 태어난/ 그가 가보지 못한/ 개성은 그때부터 출입 금지된 도시다// 육이오전쟁 후에 개성에서 태어난/ 그녀가 가보지 못한/ 김포는 그때부터 출입 금지된 도시다// 그 도시에 굳이 다녀와야 하는 이유가/ 전후에 태어난 그와 그녀에게는 없다”(‘전후 출생’ 부분)
흥미로운 대목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월북 문인들이 아직 북한에 살아 있다고 가정한 시편들이다. “젊어서 북한으로 간/ 이태준씨(가명, 108세)를 기억하는 남한 주민들이 별로 없다// (중략)// 이태준씨는 북한에서 아직도/ 옥수숫대가 흔들리면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국경이 바라보이면 넘어가고 싶기도 하고/ 글을 쓰고 싶으면 사전을 뒤적이며 낱말을 고르기도 한다는 뜬소문이 도는데도”(‘뜬소문’ 부분)
하종오는 ‘시인의 말’에 “그 모든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자신들의 인생을 말하고 상대방의 인생을 들으면서 같이 사는 길을 구하는 시간이 자유롭게 주어져야 한다”고 썼다. 38선에 가로막혀 만날 수 없는 남북주민들을 ‘시’라는 멍석 위에서 재회시키는 하종오의 상상력은 한국문학사에서 ‘탈(脫)분단문학’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시집 ‘세계의 시간’ 역시 베트남과 쿠웨이트, 인도 등 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반도 분단 문제를 다룬다. 가령 인도 노동자가 몇 마디 배운 북한말로 한국에 가서 취직을 하고 싶은데 그게 북한말이라서 망설이고 있는 장면이 그것이다. “쿠웨이트에서 함께 잡일을 한 북조선 노동자들은 북조선 말을 할 줄 알면/ 한국인들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인도 노동자 쑤닐 씨가/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는/ 한국에 왜 가지 않느냐고 물었을 땐/ 다들 입을 다물고 먼 데를 바라보았다”(‘대화’ 부분)
이렇듯 한반도 분단의 문제는 쿠웨이트에서도 인도에서도 현실적인 증상을 만들어낸다. 바로 세계인이 분단을 앓고 있는 것인데 하종오는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세계 속에 한반도 분단을 위치시킴으로써 그것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분단의 상상력이 수직이라면 탈분단의 상상력은 수평적이라고 할진대 이러한 상상력은 시집 전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종오는 “요즘에 와서 나는 시를 쓴 뒤에 그 시의 바깥과 그 시의 너머로 가서 살아야 하고, 그곳에 끝없는 서사와 서정, 수많은 사실과 허구가 있으니 그것을 또 시로 쓰려면 꽉 차고 텅 빈 마음을 지탱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적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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