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화현장 바빠… 초단위 촬영에 진땀”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개봉 앞둔 박찬욱 감독
박찬욱(50)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그의 색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매혹적인 스릴러다. 18세 생일날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에게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가족극이다.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수상한 찰리의 등장으로 묘한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인디아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2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영어도 못하는 사람을 데려다 찍게 할 때는 내게 기대하는 게 있어서이지 않을까. 내가 잘하는 것을 해달라고 했고, 그래서 그걸 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디아 역의 미아 바시코브스카(24)가 함께 참석했다.
박 감독은 할리우드에서의 작업에 대해 “이런 배우(바시코브스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배우가 있지만 어쨌든 미아는 없지 않은가”라며 웃었다. 하지만 “현장이 너무 바빴다. 총 40회 차를 찍었는데 한국 기준으로 절반 밖에 안 되는 시간이다. 힘든 일이었다. 적응하는데 애먹었고, 겨우겨우 찍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초단위로 진땀 빼면서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의 바시코브스카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캐리 후쿠나가의 ‘제인 에어’의 주연을 맡았던 그는 그 또래에서 가장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한국영화 몇 작품을 본 것 이외 한국에 대해 잘 알진 못한다. 막상 와보니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박 감독은 촬영 전 세세한 장면에 관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매우 섬세하고 디테일에 강하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바시코브스카에 대해 “영화는 긴 시간동안 차츰차츰 쌓아올리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는 배우”라며 “자기 역할만 보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전체를 볼 줄 아는 배우다. 연기를 절제할 줄 안다. 그래서 관객은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점점 주목하게 된다. 관객과의 게임에 있어 우위에 설 줄 아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스콧 프리 프로덕션의 프로젝트를 박 감독이 스크린 위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은 영화만큼이나 흥미롭다. 제작자 마이클 코스티건은 ‘올드보이’(2003·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와 ‘박쥐(2009·칸영화제 심사위원상)에 매료돼 박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끊임없는 긴장감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뚜껑이 꽉 닫힌 물 주전자가 끓듯이, 무언가 폭발하기 직전의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대사 위주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내 첫 영어영화인만큼 그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내가 만든 한국영화들도 대화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시각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쪽에 좀 더 익숙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각본은 읽으면 누가 연출해도 비슷한 영화가 나오겠다 싶다. 하지만 이 각본은 열이면 열 감독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시나리오에 뭔가 채워 넣을 게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움직임을 매우 구체적으로 잡는 게 내 연출 스타일이다. 미리 머릿속으로 영화를 편집해놓는다”며 촬영과정을 설명했다.
영화 속 인디아와 찰리가 피아노 앞에 앉아 듀엣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인디아의 심경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이 장면에 연주된 곡은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선사한 곡. 바시코브스카는 “파워풀하고 감정이 풍부한 곡이다. 연기를 한다기보다 그저 음악에 빠져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스토커’는 박 감독의 연출이외도 톱스타 니콜 키드먼과 매튜 구드의 출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한국명 석호필)의 시나리오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28일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며, 3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5개 도시에서 개봉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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