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FTA 협상개시 선언… 2년 후 국제 무역판도 대지진 온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이르면 2년 안에 무역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키로 하고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두 지역 간 국내총생산(GDP)이나 교역량을 고려해 볼 때 세계 무역판도에 새로운 질서가 수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주도 하에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촉진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FTA 협상개시는 DDA의 용도폐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각각 브뤼셀과 워싱턴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두 지역 간 FTA 협상을 통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전 세계적 규율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 협상은 아일랜드의 EU 의장국 임기가 만료되는 6월 말까지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FTA 협상을 위해 2011년 말 실무그룹을 구성했으나 관세인하와 무역규제 완화 등에서 이견을 보여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양측이 서둘러 FTA 협상개시를 선언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양 지역의 GDP는 지난해 기준 33조2600억 달러(약 3경5500조원)로 전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했다. 두 지역 간 교역량은 전 세계 교역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EU는 유로존 위기로 성장에 필요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FTA 체결로 EU는 매년 0.5%의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역시 고용증대가 최우선인 상황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강국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농산물과 섬유 등에서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전자 변형 식료품과 가금류에 대한 염소소독, 축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성장촉진제 등에 깐깐한 입장을 보인 EU가 협상 과정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의 특성상 협상 도중 한 국가라도 이견을 나타낼 경우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민감한 이슈가 많아 세부 협상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협상 타결의 범위가 매우 좁아져 별다른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측과 선제적으로 FTA를 체결하며 선점효과를 누려온 한국도 효과가 희석되고 관세철폐로 미국과 EU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향상돼 일부 품목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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