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조선족자치주 60년] 돈 벌러 떠난 부모, 외롭게 크는 청소년 “조선족 사회 이끌 한 세대 잃는다”

Է:2012-09-04 18:55
ϱ
ũ
[옌볜 조선족자치주 60년] 돈 벌러 떠난 부모, 외롭게 크는 청소년 “조선족 사회 이끌 한 세대 잃는다”

옌지(延吉)에 있는 언론기관에서 일하는 조선족 이모씨 아들은 중학교 3학년이다. 아들이 속한 학급 학생 35명 가운데 부모가 모두 있는 경우는 6명뿐이다. 나머지는 부모 중 한쪽만 함께 생활하거나 부모 둘 다 없는 상황이다.

부모가 없더라도 조부모 세대와 지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학생 혼자인 경우는 마음 둘 곳이 없어 방황하기 십상이다. PC방에 가거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들 학생의 부모는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목돈을 마련하는 대신 ‘자식 농사’를 망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만난 이씨는 이에 대해 “부를 창조하려다 한 세대를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안 갔으면 죽었겠지.”

부모가 이곳으로 이주한 70대의 김모씨는 요즘 옌볜 일대에서 오가는 인사말을 전해줬다. 동네에서 누군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 안부를 물으면 이렇게 시큰둥하게 대답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쉽게 한마디 던지는 것 같지만 가슴 아픈 대화”라고 말했다.

특히 옌볜 농촌에서는 일할 만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한국을 비롯해 중국 내 다른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공동체 와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씨는 이를 놓고 농촌에 ‘유생역량(有生力量)’이 없다고 표현했다. 이 경우 유생역량이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의미다.

사실 한국 내 3D 업종에서 일하는 조선족이 옌볜으로 송금한 돈이 이곳 경제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상당하다. 11차 5개년 계획기간(2006∼2010년)에 조선족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41억3000만 달러로 자치주 재정수입 총액과 비슷하다. 더욱이 2006년에는 이 금액이 10억6000만 달러에 달해 그해 주 재정수입의 2배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내 조선족 사회를 이끌고 갈 다음 세대가 부모와 헤어진 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족 언론매체 ‘아리랑주간’ 기자 신모씨는 “주정부에 ‘차세대 관심위원회’라는 조직이 있긴 하지만 ‘코리안 드림’의 피해자인 청소년들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학교별로 일주일에 한 번 이들을 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도 있으나 실효성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옌지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이모씨는 “한국의 종교·사회 단체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옌지=정원교 특파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