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소년소녀, 한국에 빠지다… YFU 해외교환학생 7명 좌충우돌 한국살이 1년
십대, 그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데도 지칠 줄 몰랐다. 한국 YFU(Youth For Understanding·국제학생교류협회)를 통해 한국에 온 7명의 해외 교환학생들은 서툴지만 한국말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들은 K팝과 K드라마를 좋아했고 개그콘서트 이야기를 하며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또 “떡볶이, 김밥, 삼겹살, 부대찌개 아주 맛있어요.” “한국음식 너무 너무 그리울 거예요”라며 벌써부터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한국YFU(yfukorea.org)는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YFU의 한국지부로 한국고등학생을 외국으로 내보내 현지학교에서 공부하도록 주선하는 비영리국제교류기관이다.
태권도 승급 시험을 앞두고 있는, 독일에서 온 핀(17·인덕원고)이 보여준 태권도 품세는 수준급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미국인 하이디(15·숭의여고)는 K팝의 모든 노래를 줄줄이 외운다. 노르웨이에서 온 크리스틴(17·상명사대부속여고)은 저널리스트를 꿈꾼다. 핀란드에서 온 안나(17·봉일천고)와 아냐(17·야탑고)는 스포츠와 외국어를 좋아하는 명랑소녀들이다. 미국인 제시카(18·이화여고)와 독일인 린다(18·광양고)는 K드라마를 보고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이 지난 1년 동안 좌충우돌하며 살아온 ‘한국살이’와 깊어진 ‘한국사랑’을 들어봤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
하이디는 무기력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도전의식을 못 느끼고 무기력했어요. 그러던 중 한국 교환학생들과 친구가 됐죠. 그들이 한국문화를 소개해줄 때 무척 흥미로웠어요.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한국문화 속에 살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어요. 교환학생 기간은 인생에 많은 도전을 주었어요.”
제시카는 2년 전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잘생겼을 뿐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언어가 멋있어 보였다. 한국문화를 알기 위해 당연히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다. “한국에 꼭 오고 싶었어요. 한국에 오기 전 혼자 컴퓨터로 한글을 배우고 K팝과 K드라마로 한국어를 익혔어요. 한국에 와서는 1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 교습을 받아 현재 한글로 노트 필기를 할 수 있어요.”
‘얼짱’ 외모로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핀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에 오면 꼭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태권도를 배웠어요. 다음주에 국기원에서 태권도 1단 심사를 받는데 많이 설레요. 한국의 언어와 문화, 일상생활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공경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를 배우고 싶어요.”
“친구들이 너무 바빠요”
고국에서 방과후 자유시간을 맘껏 누렸던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 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하이디는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공부하는 데 사용해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고 했다. “미국 고등학생들은 방과후 클럽 활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요. 또 운전면허를 따고 많은 파티와 사회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방과후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공부하는 데 씁니다. 한국 친구들과 많이 놀지 못해요. 시험이 끝난 날이나 방학 때만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거나 재미있게 놀 수 있어요.”
야나는 핀란드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이 없고 등수를 매기는 대신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오후 1시 정도면 집에 올 수 있어요. 그 후 친구들을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요. 나는 주로 농구를 했는데 한국에선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어요.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저녁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해요. 한국 학생들이 핀란드 학생보다 많은 공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독일도 다르지 않았다. 린다는 한국의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이 선생님과 부모님에 의해 조종되는 것이 처음엔 무척 생소했다고 말했다. “한국 친구들은 0교시 자율학습, 9교시까지 정규수업, 15교시까지 야간자율학습으로 보내요. 학교 친구들이 너무 바빠 사귀기 힘들어요. 독일에서는 16살이 되면 클럽과 파티에 갈 수 있어요. 특히 학교생활에서 클럽 활동은 매우 중요해요. 학년 말 성적표에 기록돼 좋은 기록을 남겨야 해요. 그래서 공부보다 취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린다는 얼마 전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그의 엄마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에서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학생은 있지만 한국처럼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성적이 떨어져서 자살하는 경우는 없어요. 더욱이 엄마를 살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요.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안나는 그런 와중에도 단짝 친구를 만들었다. 친구네 집에서 요리를 하고 음악을 즐겨 들었다. “부대찌개와 떡볶이를 만들 수 있어요. 친구가 영어를 못해도 마음이 통해 좋아요. 또 학교 친구들이 너무 바빠 수능이 끝난 3학년 학생들과 놀아요.”
또 학생들은 K팝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멜로디가 감성적이고 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고 했다. “빅뱅의 ‘하루하루’를 좋아해요.”(크리스틴) “YB밴드의 ‘나는 나비’ 좋아요.”(야나) “SS501의 김현중 좋아요. 팬클럽에 가입하고 싶은데 가입비가 너무 비싸요.”(제시카·린다) “2AM 창민이 팬이에요.”(안나) “독일에 있을 땐 K팝 몰랐어요. 한국에 와서 노브레인, 다비치, 아이유 좋아하게 됐어요.”(핀) “K팝의 모든 노래를 사랑해요.”(하이디)
한국교회는 정겨운 곳
대부분의 학생들은 크리스천이었지만 고국에선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한국의 교회생활을 통해 신앙의 새로운 기쁨을 맛보았다. 학생들은 예배 때 드리는 찬양과 율동이 흥미롭고 예배 후 함께 식사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호스트 가족과 함께 매주 교회에 갔어요.”(크리스틴) “예배 후 성경공부 하고 게임도 했어요.”(야나) “미션스쿨인 이화여고 채플을 통해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었어요.”(제시카)
핀란드에선 교회에 안 나갔던 안나는 매주일 한국교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교회 좋아해요. 왜냐하면 재미있어요. 핀란드에선 성탄절만 교회 갔는데 여기선 매주 가요. 핀란드 교회의 예배는 지루한데 한국교회 예배는 재미있어요. 설교를 다는 못 알아듣지만 찬양하고 율동하는 시간 즐거워요. 교회 친구들 많아요. 성가대도 해요.”
핀은 청소년수양회에 가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전 루터교인이에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죠. 독일에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교회에 가요. 한국에서는 매주 교회에 갔어요. 특히 여름수양회에서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었죠. 신앙은 이제 내 인생의 소중한 존재예요.”
꿈과 희망
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다양했다. 언어학자, 심리학자, 저널리스트, 교사…. 그러나 자신들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또 변할지도 모른다는 것. 하버드대학 입학이 목표인 학생도 있었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사업을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모두 글로벌한 꿈을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
핀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어를 공부하려면 프랑스에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핀은 “그냥 스위스가 좋아요. 거긴 독일어와 프랑스어 둘 다 사용해요. 그래서 거기서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심플하게 대답했다. 핀은 현재 영어 불어 독어 라틴어를 구사한다.
제시카는 직업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대학에서 언어학과 심리학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이 바로 코앞의 꿈이라고 했다. 안나는 핀란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국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과 달리 핀란드에서는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지 않고, 장래에 대해 초조해하지 않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핀란드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와 스웨덴어를 배워 보통 5개 국어를 공교육을 통해 배운다. 안나와 야냐 역시 5개 국어를 한다.
린다는 한국에 돌아와 독일어 교사나 영어 교사를 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일단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어요. 그 후 공부할 것이며 내 직업과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살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독일어 교사 또는 영어 교사로 일하게 되길 바라요.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추억 그리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
학생들은 한국을 떠날 때 보살펴준 호스트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시카는 2PM의 ‘I'll BE BACK’을 불러주고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할 거라고 했다. 핀은 즉석에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감사합니다’를 패러디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어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사랑할래요.” 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한국의 웃음 코드가 모두에게 통하는 듯했다.
순간 안나가 “내년 여름 다시 한국에 올 거예요”라고 하자 같이 핀란드에서 온 야나가 “돈 있어?”라고 물었다. 안나가 “응, 돈 있어”라고 하자 야나는 무척 부러운 듯 “아이∼씨”라며 고양이웃음을 지었다.
학생들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정말 한국을 사랑해요. 친구들에게도 김치 만드는 법은 꼭 배우라고 말했어요. 어머니,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김치를 만들겠어요. 부탁이에요. 전통음식과 문화를 지켜가길 바라요.”(린다) “한국에서의 추억은 한 가지로 말할 수 없어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른 것, 스티커 사진 찍기. 봄 벚꽃축제, 여름 프로야구 경기 관람, 가을 학교운동회, 겨울 제주도 여행 등 아주 많아요. 다시 올 거예요.”(야나) “친구들과 ‘MBC 아름다운 콘서트’에 가서 뮤지션들과 아이돌 가수를 만났어요. 가수 홍경민에게서 CD를 선물받은 일은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하이디) “수학여행을 잊지 못할 겁니다. 3박4일 동안 한국의 남부 지방에 갔는데, 많은 야외활동과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요.”(크리스틴)
학생들은 2012년 1월, 유학을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다. 학생들에게 한국은 이제 각기 다른 빛깔과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 사랑해요∼’란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다.
글 이지현 기자·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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