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반대에 대처하는 방식
SBS 수·목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을 보여준다. 세종은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믿으면서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조선의 주류세력들에 맞서 나간다. 사대부와 유생의 반대는 집요하고 위협적이다. 세종에게는 한글을 만들기보다 반대를 극복하기가 더 힘들어 보인다.
사람이 하는 일에 반대가 없을 수 있을까. 반대는 세상사의 상수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저항의 시대’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양극화로 인한 불만이 폭발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반대를 조직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들끓는 반대로 한국은 지금도 피로하지만, 앞으로 반대는 더 잦아지고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큰 선거도 예정돼 있다. 반대가 불가피한 것이고 반대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라면 반대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하는 과정은 반대에 대처하는 한국 정치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날치기에 최루탄이다. 처리 이후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반대하던 이들은 거리로 나갔고, 정부는 물대포로 응수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반대에 대처하는 자세도 볼 만하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최고 엘리트 강 의원은 개그 프로그램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개그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 비판 메시지로 유명한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 출연진 4명을 경찰이 소환하고, 트위터의 반정부 여론을 괴담으로 취급한다.
이런 방식으로 반대가 해소될 리 없다. 우리 사회가 반대에 대처하는 방식은 절망적일 정도로 서투르다.
한국의 격렬한 갈등 현상을 두고 ‘승복의 문화’가 없다거나 ‘시민적 교양’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선진국 시민이 되려면 멀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시민들이 어떤 현대사를 만들어 왔는지, 한국인의 시민의식을 세계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문제는 어쩌면 지도층에 있다. 권력과 돈,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반대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진다면 반대는 그만큼 부드러워질 것이다. 반대는 힘으로 눌러지지 않는다. 부드러움이라면 혹시 모를까.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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