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이미지 벗고 스마트한 변호사로… 법정 스릴러 영화 ‘의뢰인’서 변호사役 맡은 하정우
오는 29일 개봉되는 손영성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의뢰인’(15세 이상 관람가)은 한국영화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법정스릴러물이다. ‘세븐 데이즈’(2007)나 ‘그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1) 등이 있기는 하지만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가는 정통 법정영화는 이 영화가 사실상 국내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주연배우 하정우(33)를 만났다. 그는 영화에서 아내 살해 용의자 한철민(장혁)의 변론을 맡은 강성희 변호사로 열연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열혈검사 안민호(박희순)와 법정 안팎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며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역이다.
‘추격자’(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등에서 주로 거칠고 묵직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이기에 넥타이 차림의 깔끔한 변호사 역은 연기 변신인 셈.
하정우는 “내 자신을 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변호사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의외성을 살린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성희는 검사 출신으로 승률 99%를 자랑하는 스타변호사지만 냉정하고 딱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일에는 열성적이지만 놀기도 좋아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자유분방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하정우는 “무겁게 비춰질 수도 있는 법정스릴러라 감독님과 상의해 관객들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정 장면은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고 대사도 길어 고충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대사는 그저 무식하게 외울 수밖에 없었어요. 법정에서 진술하고 논리를 펴는 장면은 자칫하면 딱딱해지고,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했죠. 음의 고저, 강약, 완급 등을 조절해 다양한 화술(話術)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배역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검사 출신 변호사를 직접 만나 조언을 들었고, 공판 장면을 담은 영상자료와 사건 기록, 법정 다큐멘터리 등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실제 법정에도 가 분위기를 익혔다고 한다.
‘의뢰인’은 주연 배우 3명(하정우, 박희순, 장혁)이 모두 쟁쟁한 스타들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연기 경쟁이 치열했을 법도 한데 그는 “막내라 오히려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제가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하지만 형들(박희순과 장혁을 그는 이렇게 불렀다)이 옆에서 버티고 함께 해주는 것이 좋았어요.”
영화는 법정 안팎을 오가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후반에는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준비돼 있다. 성동일, 김성령, 정원중 등 조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영화에서 주로 보여준 이미지와 달리 그는 대학 시절 연극을 할 때 가벼운 역할을 주로 했었다고 했다. “희극을 많이 했어요. 마지막 작품으로 ‘오델로’를 했는데 제 주변에서는 저는 정극(正劇)이 안 어울린다고 했을 정도예요. 사실 저는 코미디를 좋아하고 배우도 찰리 채플린을 좋아했지요.”
그는 배우의 길로 접어든 이후에 대학 시절 그런 평가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강한 역을 많이 선택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정우는 대학 졸업 후 시작한 그림 작업이 올해로 8년째이고, 개인전도 열 정도로 그림에도 애정이 깊다. ‘의뢰인’을 촬영할 때도 화구를 챙겨 가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주로 마음이 우울하고, 심신이 피로할 때 그림을 그린다”며 “그림은 나에게 휴식이고, 또 다른 수면이다. 그림을 그리면 나 자신이 정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민식과 투톱으로 출연하는 액션물 ‘범죄와의 전쟁’(내년 설 개봉 예정) 촬영을 끝냈고 공효진과 호흡을 맞춘 로맨스 영화 ‘러브 픽션’을 한창 찍고 있는 중이다. ‘러브 픽션’ 촬영이 마무리되는 11월 중순엔 동료·후배 연기자들과 함께 보름 정도 일정으로 국토 대장정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에서 속초까지는 자전거로 가고,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부산까지는 걸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대장정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까도 생각 중입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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