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사과의 청소년 소설 ‘나b책’… 슬프고 아련한 청춘의 분노

Է:2011-09-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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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사과의 청소년 소설 ‘나b책’… 슬프고 아련한 청춘의 분노

2005년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 김사과(27·사진)는 문단에서 ‘독이 든 사과’로 통한다. 그만큼 강렬한 에너지와 개성 있는 문체의 작가라는 말이다. 그가 청소년을 위해 쓴 장편 ‘나b책’(창비)을 펼치며 이번에는 대체 어떤 독일까, 라고 궁금해 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쪽의 바닷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엔 제목처럼, 외로운 여중학생 ‘나’와 ‘나’의 하나뿐인 친구 ‘b’,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책’이 등장한다. ‘나’는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지만 친구 ‘b’가 있어 하루하루를 견딘다. “b는 양손에 리코더를 하나씩 쥐고 남자애들을 향해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 b는 돈키호테 같았다. 남자애들이 어, 어, 하면서 물러섰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돈키호테가 내 손을 낚아챘다. 여전히 한손으로는 리코더를 흔들고 있었다.”(26쪽)

b의 삶도 고립되어 있다. b는 아픈 동생을 보살펴 줘야 하지만, 동생이 아프기 때문에 집안이 가난해진 것이 싫고, 그 가난을 타개할 방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싫다. “동생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계속해서 아파 왔던 것만 같다. 그러니까 난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픈 동생이 있었던 것만 같다. 고마워. 너 때문에 난 계속해서 이렇게 거지같을 거다.”(79쪽)

‘책’은 도시의 끝에서 날마다 책만 읽으며 지내는 사람이다. 어느 날 집을 나온 ‘나’와 ‘b’에게 라면을 끓여준 인연으로 셋은 잠시 동안 함께 지내며 서로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고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다가 바다에 뛰어든다. “더 이상은, 더 이상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뭔가 부드러운 것이 내 몸에 닿았다. 그리고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멀리서 희미한 빛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는 물 위로 떠올랐다. 난 눈을 떴다. 거기 b의 얼굴이 있었다. 백이십 퍼센트. 기적이 이루어졌다.”(117쪽)

셋은 한결 같이 소외된 존재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쉽게 동정하지도, 이들을 억압하고 있는 세상을 고발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들의 분노 어린 목소리 그 자체를 들려줌으로써 그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b는 멀리 떠나고 ‘나’는 혼자 남는다는 결말에 비추어 보면, ‘책’의 집에서 머물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잠깐의 일상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소설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빨리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독백으로 매듭지어진다. “가끔 바다에 갔다. 바다는 항상 똑같았다. 하지만 난 더 이상 바다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나는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다.”(167쪽)

정체불명의 남자인 ‘책’의 집에 십 대 여학생들을 머물게 하고 ‘나’를 바다에 빠뜨렸다가 건져내는 극약 처방으로 ‘성장’에 수반되는 고통을 그리고 있는 게 작가의 문학적 독이자 힘일 것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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