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자체장 집무실 축소 지시후 6곳 둘러보니… 명패만 바꿔 축소 시늉 ‘칸 가리고 아웅’
14일 부산시청 7층 허남식 시장 집무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0여m 복도를 따라 가면 좌측에 널찍한 실내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100㎡의 정원에는 수십종의 수목과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물레방아에서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 복도 오른편은 지난달 말 3700여만원을 들여 전면 리모델링한 허 시장의 집무실이 있다.
리모델링 이전보다 비서실 면적이 줄어 답답한 인상을 받은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시는 지자체장 집무실 면적을 축소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비서실을 축소하고 비서실 내 3개의 방으로 된 내빈 대기실을 없앴다.
그러나 이 공간에는 국제의전실(104.5㎡)과 민원상담실(46.7㎡)이 새로 들어섰다. 이 때문에 명패만 바꿔 집무실 면적 축소 시늉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1개국 24개 자매도시에서 매월 1~2회 공식 사절이 방문하고 있으나 그동안 별도 의전실이 없어 불편했던 점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김완주 지사의 집무실을 바로 옆 접견실과 맞바꾸는 방법으로 집무실 면적 초과 문제를 해결했다. 지사실의 전체 면적은 당초 집무실 187㎡와 접견실 74.88㎡, 비서실 88.92㎡를 포함해 모두 350.8㎡였다. 하지만 지사실 면적이 문제가 되자 도는 2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긴 탁자와 대형 원형 탁자는 그대로 둔 채 절반 크기의 접견실에 김 지사의 책상과 컴퓨터, 책 등만 옮겼다. 당초 집무실은 문 밖에 ‘의전실’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붙인 뒤 지사실 전체 면적에서 제외했다. 이 의전실은 비서실을 통해야만 출입할 수 있는 김 지사의 공간이다.
수천만원씩 들여 단체장 집무실을 줄였다고 신고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제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칸막이를 설치한 뒤 ‘문패’만 새로 다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가 기준 면적을 초과해 시정 지시를 받은 부산·대전·경기·전북·전남 등 광역지자체장 집무실 6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주도를 제외한 5곳에서 단체장들이 집무실의 이름을 의전실과 민원상담실 등으로 바꾼 뒤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지사 집무실이 185.5㎡로 기준 면적(165㎡)을 초과하자 내부 구조를 변경하는 공사를 하지 않은 채 지사실과 부속실 사이에 있는 21㎡ 크기의 접견실을 ‘지역민원상담실’로 이름만 바꿨다.
대전시는 시장 집무실을 줄여 57㎡짜리 회의실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집무실 옆에는 기존 중회의실(153.54㎡)이 그대로 있다.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행안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교부세 삭감 등 불이익 준다고 겁을 주니 수천만원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문을 달고 칸막이를 하는 형식적인 공사로 집무실 안에 또 하나의 방이 생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자율 신고하는 사안이어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사무공간을 줄여 북카페를 설치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령’을 개정한 뒤 1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단체장 집무실을 포함해 공공청사의 면적 초과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했었다.
황일송 기자, 대전·부산·전주=정재학 윤봉학 김용권 기자 il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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