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기독교 정치윤리

지난달 22일 발생한 노르웨이 연쇄테러 사건은 2001년 9·11 테러를 연상시킬 정도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9·11 테러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소행이었다면, 이번 테러는 자칭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힌 한 범인에 의해 자행되었다. 범인이 기독교인이 아니라 해도, 이번 사건은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이슬람 포비아(공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종교적 근본주의가 테러와 관련될 때 인류사회의 생존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오늘날 기독교 근본주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독일에서 정통신앙 회복운동으로, 미국에서는 정통신앙 수호운동으로 시작해 형성돼 왔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순수신학적 차원에서 보면 폭력이나 테러는 있을 수 없다. 참 근본주의자는 성경의 근본 내용을 고수하고 충실히 따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원수 사랑을 실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산다. 결코 정치윤리적인 성격을 갖지 않는다. 정치적 편 가르기인 우파, 좌파, 중도파가 있을 수 없다. 순수 기독교 가르침 자체는 정치 이데올로기로 이용될 수 없다.

기독교에 민주주의, 보수주의 등 이질적인 정치윤리가 결합될 때 비로소 기독교 정치윤리가 형성된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민주주의보다는 보수주의 윤리와 결합되면서 독특한 정치윤리 형태를 갖게 됐다. 우선 기독교 근본주의 윤리는 사회와 현세적인 관계성을 갖는다. 현재 처한 상황을 하나님이 세운 질서로 이해하고, 인간과 상황의 불평등을 강조하며, 불평등을 하나의 숙명으로 수용한다. 이런 세계관을 가진 기독교 근본주의는 사회와 문화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동일한 사회의 기존 정치질서에 대해 순응적이고 권위에 철저히 복종한다. 지배 이데올로기를 수용하고 저항하지 못한다. 그리고 국가적 명예를 중시하고 조국애나 민족애를 특별히 강조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하고,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을 정당화한다. 경제적 번영과 사적 소유를 고수한다. 종에 대한 주인의 도덕을 견지한다. 반면 이질적 문화나 사회에 대해서는 대단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며 독선적이고 공격적이다. 타문화, 타종족, 타종교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배려나 관용에 인색하다.

기독교 근본주의 정치윤리는 기독교 가치보다는 보수주의 윤리에 더 경도돼 있다. 비본질의 가치가 오히려 본질의 가치를 압도한다. 물론 긍정적 측면인 겸손과 복종, 경건과 자기 절제, 주어진 직권에 대한 책임감도 있지만 배타성과 공격성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근본주의 정치윤리가 극단적인 경향(극보수 혹은 극우)으로 치닫게 되면 무분별과 무사려의 정치행동으로 돌변하게 된다. 그래서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서슴없이 테러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노르웨이 연쇄테러 사건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당 역시 기독교 근본주의 정치윤리의 정신적 지원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이념을 가진 다문화 사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전체 기조상 기독교 근본주의와 가까운 정치윤리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극단적 테러나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다분히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독교의 궁극적 목표인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배려와 관용을 실천해야 한다.

강병오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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