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를 달린다, 더위를 날린다… 북한강에서 즐기는 수상레포츠
모터보트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호수처럼 잔잔한 북한강 물줄기를 가른다. 로프에 매달린 웨이크보드 스키어가 보트가 만들어내는 칼날 같은 파도를 타고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진주알처럼 영롱한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공중에서 반 바퀴 회전한 스키어가 웨이크보드를 하늘로 향한 채 거꾸로 서서 하늘을 난다. 물고기를 낚아채기 위해 저공비행하는 백로처럼 우아한 몸짓이다.
수상레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돌자 북한강이 흐르는 경기도 가평의 청평호반과 남이섬 일대에는 모터보트 로프에 매달린 스키어들이 하얀 물살을 가르며 싱싱한 초여름 풍경을 연출한다. 날씨가 무더울수록 시원하게 물줄기를 가르는 수상스키와 플라잉피시 등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청량해진다.
가평의 청평댐에서 남이섬까지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24㎞ 길이의 청평호반길은 수도권 최고의 드라이브코스. 호명산 자락 산길을 비롯해 프랑스 마을 축소판인 쁘띠프랑스, 영원한 연인들의 섬 남이섬을 비롯해 그림 같은 별장과 펜션 등이 모두 청평호반을 벗한다.
수상레포츠는 청평댐에서 남이섬 사이의 북한강이 주무대. 금대리에서 수상레포츠숍 클럽레벤을 운영하는 이한수 대표는 “금대리 일원은 북한강 상류에 속해 오염원이 없고 병풍처럼 둘러싼 높은 산자락이 바람을 막아 수면이 호수처럼 잔잔하다”며 초보자도 손쉽게 수상스키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명 쇠터로 불렸던 금대리는 1943년 청평댐이 완공되기 전 유명한 사금터이자 벌목한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한양으로 나르던 떼꾼들이 쉬어가던 곳이었다. 주막으로 흥청거렸던 추억의 강마을은 세월이 흐르면서 별장과 펜션 단지로 바뀌었지만 강변의 정취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수상스키는 양 발이나 한 발에 스키를 신고 모터보트에 이끌려 물 위를 질주하는 레포츠. 체력 소모가 만만찮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물살을 가르며 달릴 때 몸에 쉼 없이 부딪히는 물보라로 인해 피부마사지 효과가 커 최근에는 여성 마니아들도 많이 늘었다. 초보자들은 두 발에 스키를 신는 투스키로 수상스키를 익힌 후 한 발에 스키를 신는 원스키로 옮겨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설원에서 스노보드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초보자들은 처음부터 원스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균형감각이 잡혀 한나절만 배우면 물에 뜰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수상스키 코치이자 국제대회심판인 박정수 교수(중앙대 사회체육과)는 “균형감각이 탁월한 사람들은 투스키는 하루만에, 원스키는 3일에서 한 달 만에 마스터가 가능하다”며 “수상스키는 체력소모가 많으므로 일반인은 한번에 10∼15분씩 하루 3번 타되 한번 타고나면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상스키는 물살을 가르며 달리다 묘기를 선보이는 것이 매력. 좌우로 움직이며 부표를 피해 물살을 가르는 슬라롬스키의 경우 방향을 바꿀 때 일반인은 2∼3m, 선수는 4∼5m 높이의 물벽을 만든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벽이 햇살을 받아 무지개처럼 빛나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한주에 2∼3번은 북한강을 찾는다는 수상스키 경력 16년의 김웅건(46)씨는 스트레스 해소에 높은 물벽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웨이크보드의 웨이크(Wake)는 배가 지나간 뒤에 생기는 물살을 뜻하는 말로 스노보드와 비슷하다. 보드를 타고 시속 40∼50㎞로 달리면서 갖가지 점프나 회전 등의 묘기를 선보일 수 있어 스릴 만점. 웨이크보드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X게임의 하계 종목 중 하나로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신세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웨이크보드는 두발로 타는 수상스키에 비해 배우기가 어렵지만 스노보드 마니아의 경우 체계적인 지상훈련을 1∼2시간만 받으면 점핑이나 회전도 가능하다. 중급자는 보통 180∼360도, 1∼2년 이상 배운 사람은 540∼720도 회전하는 것은 물론 3m이상 점프해 슈퍼맨처럼 날기도 하는 등 물위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웨이크를 타고 넘는 수면 마찰이 만만치 않은 데다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기까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웨이크보드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며 “고속으로 달릴 때는 물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하므로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상스키가 부담스럽다면 바나나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바나나보트는 바나나처럼 긴 고무보트를 모터보트에 연결해 달린다. 5∼6명이 보트에 올라 시속 30∼40㎞로 물살을 가르는 레포츠로 모터보트가 회전할 때 물에 빠지는 재미가 수상스키 못지않다.
가오리 모양의 플라이피시를 타고 강심을 나는 것도 스릴 만점. 모터보트에 끌려가는 플라이피시는 바람의 저항으로 돌수제비를 뜨듯 수면에서 날아오르기를 반복해 물위를 나는 듯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극도의 스릴감을 맛보려면 땅콩보트를 타야 한다. 2명 혹은 4명이 땅콩처럼 생긴 둥그런 튜브를 타고 모터보트에 매달린 채 질주하는 수상레포츠로 몸이 수면과 맞닿아 체감 속도가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가평=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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