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의 수다] 작은 고추가 맵다

Է:2011-04-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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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의 수다] 작은 고추가 맵다

어차피 숨길 수도 없는 일이지만 나는 내 키가 작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보통은 굽이 낮은 편한 신발을 신는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경우나 옷을 코디할 때 가끔 하이힐을 신는데, 키가 커 보이려고 신지는 않는다. 하이힐을 신어 키가 커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키 작은 여자가 하이힐 신으면 ‘키 큰 여자’가 아니라 ‘하이힐 신은 키 작은 여자’다.

키 작은 사람에 대한 농담은 하도 많이 들어 이제는 그냥 웃어넘긴다. 그런데 사람들이 키 작은 유명인에 대한 농담을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좀 이상하다. 피부색이나 몸무게 농담은 ‘차별’이란 생각에 그렇게까지 대놓고 하지 못한다. 키는 커지고 싶다고 커지는 게 아니다. 자기 의지와 무관한 키가 몇 ㎝ 모자란다고 우스꽝스러워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여자는 키가 좀 작아도 직장생활 할 때나 남자 만날 때 별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평균키보다 작은 여자를 선호하는 남자도 많다. 그러나 남자는 다르다. 독일, 한국을 막론하고 키 작은 남자는 상당히 큰 불이익을 당한다.

평균키보다 작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돈을 적게 번다는 외국 조사 결과가 있었다. 직장에서 승진도 늦고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키가 중요한 직업이 있다. 모델, 스튜어디스, 농구선수는 키가 커야 하고 발레리나와 기수는 키가 작고 가벼워야 한다. 그러나 그런 직업은 소수일 뿐이고 대다수 직업은 키의 영향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키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은 직업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165㎝ 이하의 남자는 결혼정보회사 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했다. 이 사실은 키 때문에 가입을 거부당한 남자가 고발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사람 손을 들어주면서 알려졌다.

키 작은 남자가 당하는 차별은 한국 친구들 의견을 들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소개팅 주선하려고 이상형 말해보라 하면 대부분 “키 큰 남자!”부터 외친다. 다정하고 똑똑하고 유머 있는 남자는 한참 뒤로 밀린다.

키 작은 남자가 인기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여자들의 보복 심리. 워낙 엄격한 잣대로 외모를 평가받는 한국 여자들이 남자도 똑같이 외모 차별을 당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또, 키 때문에 오랫동안 놀림 당하면서 자의식에 상처 입은 남자는 아무래도 자신감이 떨어졌을 것이다. 자신감 없는 남자가 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둔 매력남 중에 키 작은 남자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증명해준다. 대표적 예는 험프리 보가트다. 30년 배우생활 중 75편 영화에 출연했고 사후 50년이 지나서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그는 머리숱이 적고 키가 작은 남자였다. 영화 속에선 털털하고 센티멘털한 이미지와 시니컬한 유머로, 실제 삶에서는 공부 많이 하는 배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네 번 결혼했는데 네 번째 부인은 미모의 여배우 로렌 바콜이었다. 그녀는 그보다 스물다섯 살 연하지만 키는 몇 ㎝ 더 컸다.

베라 호흘라이터(tbs eFM 뉴스캐스터)

번역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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