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가득 느낀 제주, 세상에 펼쳐 놓다… ‘김품창 제주 10년을 훔치다’ 展
제주도 서귀포 남원에서 작업하는 김품창(46) 작가는 1998년 늦가을 서울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학(추계예대 동양화과) 스승인 이왈종 화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어느 순간 작업의 한계에 부닥친 남편의 고민을 눈치 챈 아내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90년 교수직을 버리고 서울을 훌쩍 떠나 서귀포에 정착한 이 화백은 ‘제주생활의 중도’ 작업을 하고 있었다. 8년 만의 해후였다.
이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제의 정을 나누고 그림에 대한 궁금증과 고민을 하나하나 해결하던 중 이 화백이 “제주의 자연환경이 작품을 하는 데 더없이 좋다”며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제주도로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제자는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2001년 주저없이 제주행을 결행했다. 스승은 바다가 보이는 작업실을 제자에게 마련해 주었다.
처음에는 바다를 그렸다. 파도치는 바다, 넘실거리며 흐르는 바다, 무심한 듯 규칙적이고 잔잔한 듯 하면서도 한 순간도 멈춰 있지 않은 바다 물결을 3년간 화폭에 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팔을 불 때 쓰는 커다란 고둥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바다 속 생명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고, 작가 자신과 제주가 소통하는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으로 나아갔다.
길게는 하루에 15시간 그림만 그리다 보니 생계는 동화작가인 아내(‘내 이름은 아임쏘리’ 등의 저자 장수명씨)의 몫이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10년이었다. 제주생활 10년은 그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꿈꿀 수 있게 했고, 시공간을 초월한 유토피아를 그려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작가는 그동안 담았던 제주의 풍광을 세상 밖으로 펼쳐 보인다.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4층 전시장에서 ‘김품창 제주 10년을 훔치다’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갈매기, 갯바위, 소라, 미역, 물고기, 문어, 해녀, 돌하르방, 감귤나무 등 제주의 풍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제주에 있는 오름 개수인 368개에 맞춰 전복 껍데기 368개에 일일이 그림을 그려 제주도 지도처럼 묘사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제주 풍경을 배경으로 물고기와 사람이 날고 인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바다 속으로 현실 세계가 이동하기도 하는 그의 그림은 가족과 더불어 그렇게 살고 싶은 자신의 꿈과 소망을 천진하게 형상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그림은 바다와 하늘 위에서 사람들이 골프를 치며 유유자적하는 스승의 작품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비평도 없지 않았다.
그에게 스승은 배움의 원천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의 최근작은 제주도 생활감정과 체험이 보다 짙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제주 생활이 깊어가면서 생긴 변화다. 스승의 그림이 안빈낙도하는 관조자의 시점이라면 제자의 그림은 다분히 체험적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나 할까. 제주를 훔친 지 10년 만에 스승을 넘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02-736-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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