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럽 공격에 금융권까지… 원화, 안팎서 시련
원화가 안팎에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지난주 한국과 중국의 환율시장 개입을 강하게 비판한 이후에도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원화는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평가절하(환율상승)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자신들의 추가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일정 부분 먹혀들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언론에서 일본 측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논조가 늘었다. 국내에서는 환율을 물가보다 우선한 한국은행의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일본·서구의 원화 협공=지난주 일본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한국이 외환시장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뜻밖이었다. 지난달 2조엔을 투입하며 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일본이 환율정책에 대해 한국을 비난한 것은 궤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가 원화를 대량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원화 공격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하락 폭이 달러 대비 원화보다 압도적으로 커짐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자동차, 전자, 철강 등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 대한 초조감이 발동했다는 지적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올 들어 엔화의 달러 대비 절상률은 13.4%인 반면 원화는 4.8% 오르는 데 그쳤다.
일부 서구 언론도 일본을 편들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원화는 리먼사태 이후 달러 대비 평가절하된 유일한 아시아 통화”라며 “시장참여자들은 한은이 하루 10억 달러 규모의 달러를 사들이는 등 시장 개입을 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7일자에서도 일본은 2008년 초 이후 통화가치가 37.5%나 절상된 데 반해 한국은 16.1%나 절하됐다는 점 등을 들어 앞으로도 외환시장 개입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맹비난해 왔지만 일본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최근의 흐름을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맡고 일본이 한국을 비판하는 식으로 선진국 간 암묵적 약속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환율정책이 국내 금리하락 부추겨=한은은 14일 “환율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실상 원화가치의 절상속도를 늦추기 위해 금리정책을 동원한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외국자본이 우리 시장에 더 몰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은 한은의 정책을 “당분간 금리인상이 쉽지 않고 금리정상화도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인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금리동결 발표 당일과 다음 날(15일) 잇따라 사상 최저치를 깼다. 예금금리 역시 연일 하향세다.
원화가 금융권에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은 것은 한은의 탓이 크다.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기능보다 원화가치 등에 신경쓰다 보니 정책 예측에 혼란만 가져왔다는 것이다. 최동철 우리선물 연구원은 “물가가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이토록 미미하다면 기준금리 정상화는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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