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레의 심장 ‘볼쇼이발레학교’를 가다… ‘발레’ 이해하고 표현하는 참 무용수로 키운다

Է:2010-10-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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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발레의 심장 ‘볼쇼이발레학교’를 가다… ‘발레’ 이해하고 표현하는 참 무용수로 키운다

지난 7일 방문한 모스크바국립무용학교는 발레 무용수를 키워내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볼쇼이발레학교라는 명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학교는 발레에 관한 모든 것을 학생에게 전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학교에선 한참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4학년 여학생의 수업을 참관했다. 학생들은 피아노 반주와 선생님의 호령에 맞춰 플리에(plie), 턴듀(tendu), 데가제(degage) 등 기본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른 교실을 다니며 몇 가지 수업을 더 지켜봤지만 ‘볼쇼이발레학교가 이래서 대단하구나’라고 단박에 느낄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런 수업은 한국에서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이점이라면 연습실이 평평하지 않고 경사가 있다는 점. 볼쇼이극장을 비롯해 무대가 경사져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볼쇼이발레학교의 강점은 이런 개별수업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용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이 볼쇼이발레학교의 강점이다. 볼쇼이발레학교가 가진 역사와 전통은 최고의 발레 무용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확립시켰다. 볼쇼이발레학교는 1763년 예카트리나 대제가 만든 고아원을 모태로 한다. 1773년부터 발레학교로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곳은 1학년부터 8학년까지 과정으로 운영된다. 각 학년마다 남녀 15명씩 30명으로 구성된다. 1학년은 만 10세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나이에 발레를 시작하는 셈이다. 학교 관계자는 “너무 어린 나이에 발레를 시작하면 오히려 안 좋다”며 “10세의 신체 비율은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어리면 발레에 필요한 정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고, 자칫하면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발 기준은 체형과 건강이다. 무용수로서 체격조건은 기본이고, 체격이 좋아도 건강이 나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엄격한 스케줄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클래식 발레 수업 외에도 민속춤, 현대무용 등 다양한 춤을 배운다.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체조 과정도 배운다. 무용 말고도 일반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도 모두 포함돼 있다. 발레를 가르치는 교사만 60명이고 일반과목을 포함하면 모두 120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맡는다. 모든 교육은 무료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은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단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학비를 내야 한다.

아이들은 매 학년마다 시험을 치른다. 4년간 기초를 닦은 아이들은 5학년에서 6학년으로 넘어갈 때 발레 무용수로서 재질이 있는 지를 검증받는 어려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 시험에서 탈락하면 일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8학년까지 무사히 마치면 발레 배우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고 발레 무용수로 활동하게 된다.

볼쇼이발레학교가 강조하는 건 발레 테크닉이 아니다. 아이들이 역할을 이해하고 어떤 순간에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교과목에 민속춤이나 연기과정을 넣은 것은 아이들을 ‘춤추는 기계’가 아니라 ‘이해하고 표현하는 무용수’로 키우기 위해서다.

볼쇼이발레학교 복도에는 이곳 출신 무용수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있다. 마야 플리세츠카야 등 한 세대를 풍미한 발레리나들의 모습 사이로 한국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주원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 발레학교 출신이다. 볼쇼이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무용수 배주윤의 사진도 있었다. 현재 볼쇼이 발레학교 재학생 300명 중 100명은 이들처럼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다. 한국 유학생도 8명이 있다.

볼쇼이발레학교를 졸업하고 부설 연구소에서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김영옥(22)씨는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돼 있다. 무슨 동작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하는지 다 알려준다”면서 “이런 체계에서는 못할 수가 없다. 선생님들도 강요하기보다 이해하고 개성을 존중해 준다”고 말했다.

볼쇼이발레단의 명성 뒤에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볼쇼이발레학교가 있다. 세계적인 안무가 조지 발란신은 “발레단보다 발레학교가 먼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발레단이 모두 산하에 발레학교를 두고 있다.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키로프 발레단), 영국 로열발레학교(로열 발레단), 미국 발레학교(뉴욕시티 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학교(파리오페라발레단) 등이 예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수들도 대부분 외국의 유명학교 출신이다. 슈트트가르트 발레단 강수진,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 뒤셀도르프발레단 허용순 안무가 등은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출신이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과 윤혜진은 각각 바가노바발레학교와 미국 발레학교 출신이다. 발레학교가 없는 국내 교육 여건에서는 뛰어난 무용수를 배출하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국내 발레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립발레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한 발레 관계자는 “발레는 뛰어난 주역 무용수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군무 무용수도 필요하다”면서 “입시 위주의 한국 발레 교육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글·사진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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