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빈국에서 복음 펴는 이신한·김수영 부부 선교사
교회당 모습에 깜짝 놀랐다. 20년 전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지어졌다는 교회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외관은 더욱 흉했다. 지붕은 갈라져 비만 오면 물이 샜고 전기와 수도는 끊긴 지 오래였다. 깨진 창문 틈으로는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1000여명의 동네 사람들이 살았지만 아무도 예배를 드리러 오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교회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청년 때 선교사가 되겠다고 기도하던 순간이 생각났다.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남미 볼리비아에서 활동 중인 이신한(49) 선교사 이야기다. 아내 김수영(47) 선교사가 신학교를 졸업하자 이 선교사는 볼리비아행을 결정했다. 아무 연고도, 후원도 없었지만 보여주신 사명 하나로 택한 길이었다. 철저히 성령께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부서지고 낡은 교회는 손수 고쳤다. 나무판자를 대고 못질할 때마다 기도했다. 이 교회에 하나님 백성들이 예배하게 해달라고. 볼리비아 제2의 도시 산타크루즈의 끌라라 추치오 마을의 ‘끌라라추치오교회’였다.
이 선교사는 교회가 비었던 이유를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알게 됐다. 팍팍한 생활환경 탓이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월 100달러 정도의 급료를 받았다. 소득 규모가 이렇다 보니 교회에까지 영향을 미쳐 원주민 목회자의 생활을 어렵게 했다. 목회자들은 주당 한국돈 6000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았다.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떠났고 이로 인해 교회마저 문을 닫게 됐다. 그동안 거쳐 간 목회자만 8명에 이른다.
지금 이 교회에는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들의 자녀들과 청년들이 출석한다. 어린이가 100명으로 가장 많다. 청년 50명, 성인 50명 등 200명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교회에 어린이가 많은 이유는 2년 전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과 협력하면서부터다. 이 선교사는 가정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양육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도울 방법을 찾다가 컴패션을 알게 된 것. 현재 교회를 통해 양육되는 어린이들은 모두 205명. 이 중 100명이 교회에 나온다.
이 선교사는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교회를 통해서만 양육되는 컴패션 활동의 특성상 어린이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고 이를 통해 부모들도 교회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여기서 남미 선교의 가능성을 봤다. “현재 남미는 복음의 추수기라 할 수 있어요. 교회를 세우고 정성을 들이면 어린이는 물론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중미(中美)와 남미는 많이 달라요. 남미는 가난하지만 선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요. 볼리비아 역시 남미의 최빈국이지만 기독교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식의 바탕엔 선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 선교사뿐 아니라 수많은 선교사의 노력과 정성이 이 같은 열매를 맺은 것이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마을 사람들의 강한 불신을 받았다. 볼리비아는 잉카제국의 일부로 유럽 식민지배 이전엔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였다. 16세기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외국인에 대한 불신 풍토가 자리잡았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도와준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이들을 이용하는 도둑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에게 선교가 뭐냐고 물었다. “표시 안 나게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방인이 와서 어설프게 뭘 해준다고 현지인들의 인생이 변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소리 없이 그들과 함께 살면서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게 선교 아닐까요.”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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