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연숙] 비밀의 문
아침 6시부터 운전만 7시간 이상 했다. 운전은 정말 고단한 것이라는 걸, 그리고 운전을 생업으로 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충분히 알 만한 하루였다.
머리는 무겁고, 목은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으며 눈꺼풀은 사정없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다시 운전을 하고 러시아워를 통과하여 학교로 가는 길은 생각만 해도 겁이 난다. 학교까지 가려면 최소한 1시간 반은 걸리고 또 지체할 상황이 아님에도 나의 몸은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있다. 피곤을 무기로 집에서 쉴까 말까 수없이 고민하다 일단 학교로 향한다.
이렇게 피곤하고 갈팡질팡 결정을 못하면서 시간만 보낼 때 여지없이 생각나는 건 탈출이다. 머리 위로 인천공항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들이 내 마음을 더욱 자극한다. 어디론가 도망가거나, 어디엔가 비밀의 문이 있어서 내가 세상 밖에서 쉬는 동안 세상은 멈춰져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한지는 사실 오래되었다. 어릴 적 즐겨 보았던 시리즈물 환상특급에서 자주 보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구성의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헨리 셀릭 감독의 호러 판타지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 비밀의 문’이다.
코렐라인은 부모를 따라 도시 외곽의 다소 오래된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부모님은 늘 바쁘고,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코렐라인은 보물찾기 하듯 집안을 돌아다니던 중 숨겨진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날 밤 코렐라인은 쥐 한 마리를 따라 그 문으로 향하게 된다. 작은 쥐는 코렐라인을 피해 급히 어디론가 도망가는 듯하지만 코렐라인이 쫓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때로는 코렐라인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 뒤돌아보기까지 한다. 그리고 쥐는 코렐라인이 발견했던 그 숨겨진 작은 문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코렐라인은 그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선다. 그 문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해 주는 문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세계에는 실제 코렐라인이 사는 집에 같은 부모님, 같은 이웃이 살고 있다. 현실 세계와의 차이는 그들의 단추 구멍 모양의 눈과 더욱 화려하고 신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코렐라인은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그 세계에 점점 빠져들고 급기야 그 세계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서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을 알게 된 코렐라인은 현실 세계로 돌아오려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코렐라인의 모험이 전개된다. 결론적으로 애니메이션 ‘코렐라인’은 코렐라인이 무사히 현실로 돌아오고, 현실세계에는 다른 세계에서 맛보았던 것과는 다른 따뜻함이 있었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결국 나는 학교로 향했고, 유쾌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코렐라인처럼 다른 세계를 동경하거나 꿈꾸지는 않더라도 일상을 전환해 볼 때가 된 것은 확실하다. 다음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느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혹시 모른다. 지리산이 내게 비밀의 문이 되어줄 지도.
김연숙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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