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책임회피 말도 안돼”

제1부 일본 3대 재벌의 전쟁범죄

② 군수산업의 대명사, 미쓰비시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다카자네 야스노리(71) 대표와 시바타 도시아키(59) 사무국장은 헌신적인 시민운동가들이다. 이들은 적지 않은 나이와 일본 우익들의 잇단 협박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가 없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에게 가해졌던 인권유린 실태를 추적하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쓰비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나가사키대학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퇴임한 다카자네 대표가 그 이유를 말했다.

“나가사키에서 미쓰비시는 다른 기업에 비해 세력이 압도적이지요. 지역 경제 자체가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쓰비시는 전쟁 때 조선인 강제동원을 가장 많이 했어요. 노무자가 부족하면 몇 명이 더 필요하다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지요. 그럼에도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합니다.”

시바타 사무국장은 원폭 2세대다. 조선인이 많이 끌려갔던 다카시마 섬에서 성장한 그는 가족과 함께 나가사키 시내로 이사했다가 원폭 피해를 입었다. 그는 심장병 중증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선인 피폭자 문제, 나가사키조선소·다카시마탄광·하시마탄광 강제동원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왔다. 특히 하시마에 버려져 있던 ‘매·화장 인허증’을 입수해 그곳에서 사망한 조선인이 1925부터 1945년까지 총 122명이고, 그 중 강제동원기인 1938∼1945년 사망자가 56명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역 관청에서 발급하는 매·화장 인허증에는 사망자의 신원, 사망일시, 원인 등이 기록돼 있다. 다카자네 대표가 제시하는 자료를 보니 사망원인이 한자와 일본어로 ‘병사’ ‘익사’ ‘발육불량’ ‘역병’ ‘변사’ ‘자살’ ‘추락에 의한 뇌진탕’ ‘두개골 골절’ ‘매몰로 인한 질식’ ‘두부타박상’ ‘복부내장 파열’ 등으로 기재돼 있었다. 조선인 노무자들이 어떻게 비명에 갔는지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 같은 기록을 보고 가족 유골을 찾으러 온 한국인도 있었다고 한다. 다카자네 대표가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그 전말을 전했다.

“하시마에서 44년 6월 6일 사망한 이완옥(당시 22세)이라는 노무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 조카가 매·화장 인허증을 찾아본 뒤 백부 유골을 한국으로 옮기고 싶다고 미쓰비시 측에 요청했습니다. 하시마에 있던 유골은 현재 다카시마의 ‘공양탑’ 밑 밀폐된 공간에 묻혀 있는데 그곳을 확인하고 싶다고 한 거죠. 그러나 미쓰비시광업의 후신인 미쓰비시머티리얼 측에서 ‘지금 굳이 땅을 파겠다는 것은 사자를 모독하는 짓’이라고 거절했습니다. 자기들이 생명을 모독해 놓고 그걸 제대로 수습하려는 행위를 모독이라고 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보기에 미쓰비시가 취해야 할 자세는 분명하다. 시바타 사무국장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배상해야죠. 미쓰비시가 기업으로서 살아나가려면 조선인이나 중국인 강제동원에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이라면 회사 일을 하다 죽거나 다친 사람에 대해 당연히 보상하고 연금을 주거나 가족 생계를 책임집니다. 하물며 강제로 끌려와 그렇게 됐던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말도 안 되는 행동이지요.”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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