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물’] “참 아름다워라”… 물과 어우러진 교회들
호수에서 그분을 만났다. 아무 희망도 없이 입에 풀칠하기 위해 고기를 낚던 어느 날, 눈에 시큰하게 스미는 땀방울 사이로 처음 본 그분. 호숫가를 걸어 다가오신 그분은 내게 “따라오라”고 명하셨다. 제자들과 탄 배가 풍랑을 만나 쩔쩔맸을 때, 어둠 사이로 그분이 오셨다. 물 위를 걸어서. “안심해라. 두려워 말아라.” 참으로 의심도 많고 당돌했던 나에게 “오라”고 명하셨다. 물에 내려섰다. 그 차가운 감촉. 물이 내 무게를 지탱하는 느낌. 그 놀라운 체험을 하면서도 바람소리에 놀라 물에 빠져버린 내게 그분은 손을 내미셨다. “이 믿음 적은 자야.”
베드로는 훗날 사역을 하며 어느 때 가장 예수님 생각이 간절했을까? 호숫가에서 물결을 바라볼 때가 아니었을까. 비단 베드로뿐이 아니다. 고요한 호수, 유유히 흐르는 강, 끝없이 펼쳐진 바다…. 물을 바라보면 누구나 영적으로 차분해진다. 이런 물의 이미지를 활용한 교회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 토마무에 위치한 ‘물의 교회’(사진 1)는 호젓한 호수 위에 지어져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호수가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1941∼)는 1985년 이 교회를 건축하며 인공적으로 호수를 팠다. 그리고 교회는 골조를 그대로 십자가의 형상으로 활용하는 등 단순하게 지었다. 호수의 물은 교회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교회 안은 강단에 해당하는 전면부가 통유리로 돼 있어 성도들이 호수를 바라보게 돼 있다(사진 2). 호수 가운데 솟아 있는 소박한 십자가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수님을 상징한다. 물 가운데 서서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 물 위를 걸어 다가오시는 예수님, “이 믿음 적은 자야” 하시면서도 자애로운 표정으로 손을 내미시는 예수님….
미국 인디애나주 로즈 훌만 공과대학 교회(사진 3)는 물위에 교회가 떠 있는 듯이 보이게 지어졌다. 교회건축 전문가인 선한이웃교회 최민준 목사는 “이 교회는 구원선(船)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주면서 은혜의 강가에 교회가 있음을 강조하는 건축”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미국 보스턴의 MIT 공과대학 교회는 겉에서 볼 때는 단순한 원통 모양이지만 교회 안 강대상에 물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강대상을 바라보면 하늘로부터 빛이 물처럼 흘러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4). 얇고 판판한 알루미늄 조각들을 위에서부터 공중으로 이어져 내려오도록 해 천장의 구멍에서 들어온 빛이 반사되도록 한 원리다.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은총이 빛으로 쏟아져 내리는 형상, 예수님이 물로,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시던 모습을 자연히 떠올리게 만드는 건축이다.
최 목사는 이처럼 물과 어우러진 교회 건축 사례들을 들어 “물은 자연 만물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존재”라면서 “건축에 물을 활용하면 딱딱한 무기질적 건물이 유동적이며 상징적이고 생명력 있는 건물로 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교회를 건축할 때 물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는 위의 사례를 제외하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물을 상징적으로 활용하면 성경 속에서 축복, 말씀, 죄 씻음, 세례, 은혜 등 셀 수 없이 많은 의미로 사용된 물의 이미지를 교회 안팎에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앞으로 건축될 교회들이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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