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직권면직 조치했다. 임명 6개월도 지나지 않은 현직 차관을 면직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인사 청탁 문자’ 논란 등으로 흔들릴 수 있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5일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농식품부 차관이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하는 등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찰 조사 후 직권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강 차관의 부당 권한 행사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 차관이 내부 감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 도를 넘는 언행을 한 정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가에서는 강 차관이 과거 특정 공무원에 대한 감사를 무마시키고자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공직자의 본분을 넘어서는 언행을 했다는 점 역시 사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차관은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농식품부 주요 요직을 거쳐 6월 20일 이재명정부의 농식품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임명된 차관급 공무원이 감찰을 거쳐 직권면직 조치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갭투자 의혹과 부동산 관련 설화로 옷을 벗었지만, 사표 수리 방식이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이례적인 고강도 인사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인사 청탁성 문자를 받고 ‘훈식이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장한 김남국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의 사표도 즉각 수리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취임 첫해부터 공직사회 기강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비서실장 역시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인사 추천과 청탁도 구분 못 하는 일부 공직자가 있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가동에 일부 공무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강력한 조치의 배경이 됐단 평가다. 대통령실은 “이재명정부는 앞으로도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 실현을 위해 각 부처 고위직의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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