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 참사로 최소 146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이 현장 수색과 불법행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당국이 반중국 행위를 경고하고 나서는 등 중국의 홍콩 통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콩 북부 타이포의 32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43시간 동안 이어진 화재로 30일 오후 5시까지 최소 146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실종됐다. 홍콩 경찰은 600여명의 희생자신원확인팀을 현장에 투입해 정밀 수색에 들어갔다. 피해 현장 전체 수색을 완료하는 데는 3~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아파트 보수 공사에 대나무 비계와 스티로폼 자재, 가연성 그물망 등을 사용해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지게 만든 시공사 관계자 3명을 27일 체포한 데 이어 28일에는 컨설팅업체와 하청업체 관계자 등 8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홍콩 행정 당국은 29일부터 3일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고위 당국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3분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애도기간에는 관공서에 조기가 게양되고 정부가 주최·후원하는 공연 등 각종 기념행사는 연기·취소된다.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반중 세력이) 민의를 거스르고 이재민들의 비통함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한다. 홍콩을 2019 년 당시 난국으로 되돌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선 2019년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계기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대변인은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자들이 재난 시기에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악의적으로 정부의 구호 업무를 공격한다”면서 “도덕적 질책과 법적 처벌을 엄하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이재민 지원, 공사감독시스템 조사, 독립 조사위원회 설치, 정부 책임자 처벌 등 4개항을 요구하며 청원 활동을 벌인 대학생 1명을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은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의 홍콩 통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았지만 2019년 시위 이후 중국 본토의 통제력이 커졌다.
가디언은 “70여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중국의 홍콩 통치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홍콩 주민 사이에선 화재 원인과 관련해 분노가 커지고 있고, 치솟는 집값으로 재난에 취약한 밀집된 고층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사회적 불안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NYT는 “이번 화재는 중국 본토가 홍콩의 정치 질서를 재편해서 만든 새로운 시스템이 위기 상황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계기”라고 짚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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