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한령으로 중국이 잃은 것

Է:2025-11-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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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논설위원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 관한 중국의 태도는 대국답지 못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만 했다. 중국은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의 자국 시장 진입을 제한해 왔다. 자국 관광객의 방한도 통제했다. 그런데 지금껏 중국의 공식 입장은 “한한령을 들어본 적도 시행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이재명 대통령 특사로 방중해 중국 고위층에 한한령 해제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사흘 전엔 이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주장대로라면 대통령 특사가 없는 한한령을 있다면서 해제를 요구하더니, 이젠 한국 대통령까지 나서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문제 해결을 주문한 셈이다. 진짜로 없는 걸 그렇게 요구했다면 심각한 외교 결례일 텐데, 중국이 겉으로 세게 반발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리라.

시 주석이 참석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그동안 인위적 무역 장벽이나 보복 조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적극 옹호해 왔다. 특히 중국은 자유무역에 반해 보복 조치를 취해 온 미국에 가장 반대해온 나라다. 그런 중국이 한국에 대해선 문화·경제적 장벽이자 보복 조치인 한한령을 유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펜타닐을 빌미로 엉뚱하게 대중국 관세 보복을 하는 미국이나 사드를 핑계로 한국에 문화 보복을 하는 중국이나 도긴개긴 아닌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이번 APEC에서 K팝 성공 비결에 대해 “비빔밥처럼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계 문화를 폭넓게 수용했기 때문이다. 여러 목소리가 합쳐질 때 창의력이 폭발한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창의적 문화 흐름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가 새겨들을 말이다. 중국이 그동안 한국을 보복하는 데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세계 문화를 선도해온 한류를 거부하면서 그들 스스로 잃거나 놓친 것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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