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면서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의 청년 일자리가 대폭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맥락 이해, 조직관리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를 맡는 비율이 높은 장년층의 고용은 같은 기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 도입 이후) 미국의 선례처럼 청년층 고용이 위축되고 시니어 고용이 증가하는 ‘연공 편향(seniority-biased)’ 기술 변화가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은 연구진은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통해 2022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3년간 AI 기술 확산이 국내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조사 기간 무려 21만1000개 감소했다. 그중 20만8000개(98.6%)가 AI 노출도가 높은 3~4분위 업종에서 줄어든 몫이었다.
특히 2022년 11월 챗GPT 서비스 출시 이후 고용 대체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청년 취업자 수는 이때부터 2년 8개월 동안 정보 서비스업(-23.8%), 출판업(-20.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관리업(-11.2%), 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업(-8.8%) 등에서 가파르게 줄었다.
하지만 AI가 모두의 일자리를 위협한 것은 아니었다. 50대 취업자 수는 조사 기간 오히려 20만9000개 증가했다. 심지어 증가분 중 14만6000개는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 몫이었다. 오 팀장은 “30~40대는 유의미한 패턴이 관찰되지 않았고 50대는 (AI 노출도가) 4분위인 업종에서 오히려 고용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연차가 낮은 청년들이 AI로 대체하기 쉬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저연차가 담당하는 이메일·문서 작성 등 정형화된 지식 업무는 생성형 AI로 시간 절감 효과를 가장 크게 본다. 고연차 직장인이 수행하는 업무 맥락 파악, 조직 관리 등의 영역에서는 AI의 역할이 보조적 수준에 그친다.
인간의 고유한 역할이 유지되는 업종에서는 청년층 노동자 역시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핵심 요소인 보건업·교육서비스업·항공운송업 등이 대표적이다. 오 팀장은 “업종의 AI 노출도가 높아도 보완도(신기술에 대한 인간의 고유한 저항성)가 높으면 대체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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